김현수에 맥주캔 던진 기자 해직돼 피자 배달…“정말 미안하다”

김현수에 맥주캔 던진 기자 해직돼 피자 배달…“정말 미안하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8-02 14:20
수정 2017-08-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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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다. 난 다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토론토에 있는 로저스센터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좌익수로 나선 김현수(당시 볼티모어 소속·지금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는 7회 대타 멜빈 업튼 주니어의 뜬공을 잡으려다가 관중석에서 날아든 맥주캔에 맞을 뻔했다.
김현수 향해 날아든 맥주캔
김현수 향해 날아든 맥주캔 지난해 10월 5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7회말 볼티모어 좌익수 김현수가 왼쪽 펜스 근처에서 상대 멜빈 업튼 주니어의 타구를 잡으려는 순간, 옆으로 관중이 던진 맥주캔이 떨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토론토 경찰은 맥주캔의 투척 방향을 역추적해 용의자를 찾았고, 그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캐나다 현지 언론 매체 중 하나인 ‘포스트 미디어’의 현직 기자 켄 페이건(42)이었다. 페이건은 재판에서 1년 동안 메이저리그 구장 출입금지 처분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캐나다 방송 CBC는 2일(한국시간) 페이건을 인터뷰한 장문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는 “내가 바보였다. 지금도 뉘우친다”면서 “(야구장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런 기분을 느끼며 9이닝 동안 앉아 있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페이건의 맥주캔 투척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페이건을 조롱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특히 미국인들은 “예의 바른 캐나다인들이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로 페이건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페이건은 직업을 잃고 말았다.

페이건은 그날의 잘못으로 자신이 열심히 살아온 인생까지 완전히 부정당하는 현실이 가장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그날 이전의 41년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스스로 자주 되새긴다. 왜냐면 그것이 진짜 내 모습이기 때문”이라면서 “트위터에서 조롱당하는 술 취한 ‘맥주캔 투척자’는 원래 내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사건 발생일 기분 좋게 맥주 몇 잔을 마셨을 뿐이라는 페이건은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고, 마침 그 때 김현수가 업튼 주니어의 타구를 잡으려고 하자 무의식중에 쥐고 있던 맥주캔을 던졌다는 것이 페이건의 설명이다.

페이건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취해 있었는데, 공이 외야 관중석에 있는 내 방향으로 오는 게 아닌가”라면서 “흥분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충동적으로 던져버렸다”고 털어놨다.

이후 언론 보도와 트위터·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페이건은 변호사와 상담했다. 얼마 안 가 페이건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언론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끝내 재판에 넘겨졌다.

일자리를 잃은 페이건은 당장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야 했다. 그는 피자 배달을 하면서 마당을 가꾸는 정원사 일도 했다. 지난 3월부터는 산업용 자재 분리수거·재활용 관련 업무도 하게 됐다.

페이건은 요즘도 김현수한테 맥주캔을 던진 그 순간을 자주 떠올린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면서 김현수와 볼티모어 구단, 더 나아가 야구팬들을 향해 “정말 미안하다. 난 다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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