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판정 불만에 사실상 경기 포기
金감독 “적은 점수 차로 지려고 했다”납득 안 되는 해명에 팬들 비난 빗발
승부조작 의심까지 제기될 위험성도
프로농구 김승기 안양 KGC 감독이 지난 11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연장전 종료 1분 39초를 남기고 볼경합을 벌이던 자기 팀의 이재도가 경고를 받자 심판 판정을 조롱하듯 박수를 치고 있다.
SPOTV 중계 캡처
SPOTV 중계 캡처
문제의 장면은 지난 11일 안양 KGC와 창원 LG의 경기 연장전에서 나왔다. 9점 차로 뒤진 종료 1분 39초 전 설상가상으로 심판이 KGC 이재도에게 파울을 선언하자 경기를 뒤집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KGC 김승기 감독은 판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심판들을 향해 조롱하는 듯한 박수를 친 뒤 주전 선수들을 빼고 후보급 선수들을 내보냈다. 승패가 기울었을 때 후보급 선수들로 바꾸는 것은 야구,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날 교체된 KGC 선수들은 아예 공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게 문제였다. 결국 KGC는 11점 차로 졌고, 이 어이없는 장면을 홈경기장을 찾은 4018명의 관중이 고스란히 지켜봤다. 분노한 일부 팬은 “감독이 포기한 경기를 보는 팬은 무슨 죄냐”면서 KGC 구단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비판이 확산되자 김 감독은 다음날 언론에 “점수 차가 많이 났기 때문에 더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천천히 공격하라고 지시한 것은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지고 있는 팀이 더 크게 지지 않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는 해명은 어불성설이어서 팬들의 화를 더 돋웠다.
이재도의 파울 이후 교체된 KGC 선수들(빨간색 유니폼)이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남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습.
SPOTV 중계 캡처
SPOTV 중계 캡처
불성실한 가비지 타임 플레이, 승부조작 등 더티 플레이가 특히 농구에서 심한 것과 관련해 농구인들이 더욱 각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농구계 관계자는 “가비지 타임이라도 10초, 15초 남은 게 아니고 1분 39초가 남았으니 공격을 해야 팬들도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이 있기 때문에 농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01-14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