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했다고 정신박약아 두들긴 어른들의 ‘선도’

도둑질 했다고 정신박약아 두들긴 어른들의 ‘선도’

입력 2010-06-15 00:00
수정 201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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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서울 73년 5월 20일호 제6권 20호 통권 제 240호]

E=5월이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니 이번 주에는 먼저 청소년범죄사건과 그 시시비비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해 보지.

C=그 얘기라면 내가 먼저 시작할게. 서울 서대문에서는 지난 1일 강()(15·홍제동) 소년을 특수절도혐의로 구속했는데 구속된 강군의 아버지는 강군을 경찰에 넘겨 준 안()(홍제동 광산맨션·아파트경비원)·()(30·서울영 8-1755호 용달차 운전사)씨 두 사람을 폭력죄로 다시 고소를 했단 말이야.

B=뭔가 복잡한 것 같군.

C=사건의 내용인즉 지난 429일 밤 강군이 광산맨션·아파트동쪽 물받이 밑에서 자고 있었는데 경비원 안씨가 나타나 수상하다고 하며 수위실로 끌고 들어가서는 너 도둑놈이지하고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팼다는 거야.

3시간 동안을 계속 혼이 나고 있는 자리에 이웃에 사는 용달차 운전사 최씨가 나타나더니 어젯밤에 내 차에서 어떤 놈이 나타나더니 미터기를 떼어갔는데 이 녀석이 틀림없을 것이라며 안씨와 교대해서 또 두들겨 패니까 강군은 자기가 훔쳤노라고 자백을 했다는군.


A=그쯤 패도 벌써 청소년선도와는 아예 등진 얘기 아냐.

C=그런데 얘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이튿날 새벽, 이 소식을 알고 달려온 강군의 아버지 안모씨(39)가 자초지종을 듣고 난 뒤 홍제파출소에 신고, ·최 두 사람은 강군의 치료비를 물어 주고 강씨는 최씨에게서 미터기를 변상해 주기로 일단 합의를 보았다는 거야. 그런데 그날 밤 엉뚱하게도 안산파출소에서 순경과 방범대원이 나와 다시 강군을 연행해 갔다는 거지.

E=사건담당은 홍제파출소 아니야?

C=그렇지. 그러나 강군은 이미 서대문경찰서로 넘어가고 말았지. 그래서 강군의 아버지는 서대문서에 찾아와 전후사정을 얘기하고 내 아들은 IQ 미달의 정신박약아니 그 애의 말은 조금도 믿을 게 못됩니다하고 호소했다는 거야. 서대문에서는 강씨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강군이 다닌 인왕초등학교에 조회해 보니 IQ77이라는 회답이 왔다는군.

A=IQ77이면 거의 천치 아닌가.

C=그러니까 문제지. 게다가 미터기를 훔쳤다고 자백한 강군은 그 동네에서 신문 배달하는 최모, 이모군들의 매에 못 이겨 했다는 거야.

E=그렇다면 강군의 절도죄는 성립될 수 없는 것 아니야.

C=바로 그 점이야. 새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자백도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정신박약아의 자백도 과연 증거가 될 수 있느냐, 그리고 매에 못 이겨 자행한 행위 또한 장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장 목격자가 없고, 공범이 붙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강군을 절도범으로 몰 수 있느냐 하는 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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