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빠진 직원 구하다 숨진 5남매 아빠, 3명에 새 생명

맨홀 빠진 직원 구하다 숨진 5남매 아빠, 3명에 새 생명

한지은 기자
한지은 기자
입력 2025-09-12 01:05
수정 2025-09-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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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씨 간·신장 주고 하늘나라로
작업자 구하러 들어갔다 가스 중독
“5남매 자랑스런 아빠로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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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 기증을 한 인천 맨홀 사고 피해자 이용호(뒷줄 가운데)씨와 가족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 기증을 한 인천 맨홀 사고 피해자 이용호(뒷줄 가운데)씨와 가족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7월 인천 맨홀 사고 때 쓰러진 직원을 구하려 맨홀 속으로 뛰어든 40대 남성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3명에게 새 삶을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48세 이용호씨가 간과 양쪽 신장을 기증한 뒤 숨졌다고 11일 밝혔다. 아빠를 숭고한 생명을 나누고 다른 사람을 살린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5남매가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유족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였던 이씨는 지난 7월 6일 인천 계양구의 도로 맨홀에서 작업하다 쓰러진 일용직 근로자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유해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 하루 만에 구조됐지만 깨어나지 못했고, 결국 이씨와 직원 모두 목숨을 잃었다.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던 이씨는 어릴 때부터 목공을 좋아했다. 졸업 후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우며 스스로 회사를 일궜고, 지인 소개로 만난 필리핀 출신 아내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뒀다. 막내는 생후 4개월 갓난아기다. 고인은 퇴근 후에는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들과 놀아 주던 자상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빠였다.

아내 이시나씨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누나 정하씨도 “네가 지키려고 했던 가족을 우리가 함께 지키면서 살게. 사랑해”라고 전했다.
2025-09-12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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