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놓고는…” 세종시 투자결정 기업 ‘난감’

“불러놓고는…” 세종시 투자결정 기업 ‘난감’

입력 2010-01-24 00:00
수정 2010-01-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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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갈등에 ‘투자 타이밍’ 놓칠까 우려

 지난 11일 발표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 내부의 갈등이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아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싶어하지만 수정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자칫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롯데,웅진 등 세종시 투자계획을 발표한 4개 그룹은 공장건설 등을 추진하려면 현지답사 같은 기초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수정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5개 계열사를 앞세워 2015년까지 세종시에 2조500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삼성그룹은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세종시에 모으기로 한 신사업 분야의 투자를 조속히 시작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착공시기 등을 판단하려면 현지실사가 필요하다”며 “수정안 추진이 답보상태여서 아직 그런 계획을 진행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투자에 동참하기로 한 다른 기업들도 애매한 상황에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한화그룹은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그저 기다리면서 바라보고만 있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수정안의 국회 통과가 안 되면 계획했던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세종시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세종시 60만㎡ 부지에 1조3천27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연구·개발센터와 생산 라인을 지을 계획이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의 연구센터를 연내에 착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견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웅진그룹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격렬한 공방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웅진그룹은 세종시에서 2020년까지 66만㎡ 부지를 확보해 9천억원을 들여 계열사 3곳의 공장과 연구개발 센터를 짓기로 했다.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큰 기업들 가운데 투자규모가 비교적 작은 롯데그룹은 “차분하게 준비를 진행하겠다”며 정치적 논란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세종시 내 6만6천㎡ 부지에 ‘롯데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하고 1천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놨다.

 세종시의 장래를 장담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치권의 공방은 애초 ‘투자 검토’ 입장을 밝혔던 기업들이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7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조석래 회장이 “세종시에 미래사업과 관련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진전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렵게 내린 기업의 투자결정 이행 절차가 지연될 경우 기회손실이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며 세종시 입주를 결정한 기업들의 고민이 큼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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