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은 삼성전자의 절반…배당은 삼성전자와 맞먹어당국
은행들이 지난 4년 동안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3조원을 떼어 준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거둔 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은행들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배당금은 삼성전자와 맞먹는 규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SC·씨티 등 6개 금융지주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조4천645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했다.
이들 금융지주가 같은 기간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28조5천39억원(연결 기준)이다. 평균 배당성향은 15.7%다.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주주가 많은 편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SC와 씨티를 비롯해 하나(70.1%), 신한(64.5%), KB(63.5%)도 외국인 지분율이 60~70%에 이른다.
금융지주들의 4년치 배당금 가운데 2조8천283억원(63.4%)은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 셈이다.
은행을 주력으로 삼는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국내 소비자 상대로 이자 차익을 내 순익을 올렸지만, 순익의 과실은 외국인에게 약 3분의 2가 주어진 것이다.
주요 비금융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주주 대접’은 한층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에 58조5천937억원의 순익을 내 5조6천873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줬다.
금융지주들보다 순익은 배 이상 많지만, 외국인 지분율(52.5%)을 적용하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2조9천84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도 18조6천782억원의 순익을 거둬 1조9천476억원을 배당했고, 이 가운데 8천690억원(44.6%)만 외국인 주주에게 줬다.
김재승 대우증권 연구원은 “제조업은 이익으로 설비투자를 하는 반면, 은행은 그런 유인이 적다”며 “그래서 외국인 지분이 높을수록 배당 요구가 세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이 잠식한 금융권의 고배당 문제는 최근 SC은행의 배당 추진 논란으로 다시 불거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SC은행은 1조2천억원의 주주 배당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액 해외로 빠져나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C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으며, 검사 과정에서 배당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자본적정성 유지 계획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배당을 가로막을 권한은 없지만, 예금자 보호를 위해 건전성이 필수인 금융기관의 특성상 ‘적정한 수준’의 배당을 권고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SC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면 대출을 줄이는 대신 배당금을 자본으로 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진출해 막대한 이익을 내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아예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일본으로의 자본 유출을 감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 20여곳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감독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배당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