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요청했다’ vs ‘요청 스스로 취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 최초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 측에서 자체 코호트 격리(병동·병원 격리)를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방역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평택성모병원 이기병 원장은 한 의료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코호트 격리를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당국은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5월 하순이던 당시까지만 해도 메르스 확진자 수는 10명 미만이었지만, 당국이 ‘원점 재조사’를 표방한 29일부터 환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평택성모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국이 평택성모병원의 코호트 격리 제안을 거절한 탓에, 이 병원 환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질 수 있게 돼 메르스 사태가 커진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측은 이 병원의 코호트 격리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역학조사를 책임진 배근량 역학조사팀장은 “(병원장이 아닌) 양진 이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격리 진료를 요청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당시에 ‘코호트 격리’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고, 병원 측에서 요청을 스스로 철회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책본부에서 ‘격리 진료’ 아이디어를 검토하던 중, 병원 쪽에서 연락이 와 ‘의사들이 반대한다’며 요청을 철회했으며, 이에 대책본부는 병원 측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내보낼 때 충분한 조치를 취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평택성모병원은 대다수 의료진의 격리를 이유로 29일 자체 휴진에 돌입했다.
이 원장이 보건 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한 시점은 하루 전인 28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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