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객관성·독립성 침해” vs 백화점 “정당한 이의 제기”
현대백화점 경영진이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에 해당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리라고 요구해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러스투자증권의 유통 담당 A 연구원은 전날 오후 현대백화점 B 부사장에게서 최근 작성한 면세점 입찰 후보자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문제 삼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A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7개 대기업 면세 후보자를 분석해 점수화했는데, 현대DF가 가장 낮은 점수인 570점을 받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SK네트웍스는 949점이다.
평가기준에는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주변 환경,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이익의 사회 환원 노력 등이 포함됐는데, 현대DF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 항목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B 부사장은 A 연구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무슨 자격으로 면세점 후보자들을 평가했는지 등을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연구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B 부사장이 이틀 내에 보고서를 홈페이지 등에서 내릴 것과 보고서 내용이 인용된 기사를 모두 삭제할 것, 보고서가 잘못된 내용이었음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대백화점이 입은 손해에 대해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임도 알렸다.
A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의견은 그 어떤 외압의 영향 없이 작성돼야 한다”며 “해당 보고서는 어떠한 이권과 영향력의 개입 없이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가장 정확한 정보는 숫자와 순위라고 판단해 점수화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리포트를 내리거나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일단 보고서의 객관성과 평가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일단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주관적인 잣대로 점수를 매겼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증권사가 투자에 대한 올바른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함에도, 혼란과 경쟁만을 부추겼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자체 법무팀을 통해 법리 검토를 해본 결과 업무 방해나 공정 입찰경쟁 저해 등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정당한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기업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증권사가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독립적인 리포트를 쓰도록 하는 것도 감독 대상인만큼, 금감원은 토러스투자증권에 정당한 리포트를 썼을 경우 해당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이 상장 법인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지분 공시나 증권 발행 신고서 심사 등에 국한되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