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말리부 디젤’ 시승기
신형 말리부 디젤은 한국GM이 독일차에 송두리째 내준 국내 디젤 세단 시장을 되찾겠다고 내놓은 제품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파워트레인(전동장치)부터 기본 세팅까지 유럽 디젤을 염두에 둔 모습이 역력하다. 파워트레인은 워즈오토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오펠 백트라 2.0에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서스펜션은 미국차보다는 유럽차에 가깝게 비교적 단단하게 세팅했고 연비도 높였다.말리부 디젤
홍천휴게소에서 한계령 정상까지 비탈길에 회전이 이어지는 구간이지만 말리부 디젤은 어렵지 않게 치고 나간다. 경사가 심하고 급회전 구간도 많은 한계령은 가솔린차가 주 무기인 국내 완성차 업계가 여간해서는 시승코스로 선택하지 않는 곳이다. 자칫 힘도 연비도 떨어지는 차라는 평을 들을 수 있어서다. 노면이 미끄러운 편이었지만 급한 곡선 구간에서도 차가 바깥으로 쏠리지 않고 버텨 준다. 이전 말리부 모델의 장점은 이어받은 듯하다. 산에서 내려온 뒤 이어진 직선 도로에서는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해 봤다. 속도계가 시속 120㎞에서 rpm(분당 엔진 회전수)은 2000 안팎을 유지했다. 연비에 신경 쓴 모습이 역력하다. 가속 페달에 더 힘을 가하자 시속 180㎞까지는 무난히 속도계가 올라간다. 한계령까지 오르막 연비는 ℓ당 11.5㎞. 전체 평균 연비는 14.8㎞를 기록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최대 38.8㎏·m의 토크를 보여 주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적용했다고 했지만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도 확 치고 나가는 맛은 없다. 저속부터 고속까지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다. 스포츠 모드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순간 앞차를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운전자를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외관에 비해 지나치게 빈약한 내부 실내장식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감점 요인이다. 단 2703만~2920만원이라는 비교적 착한 가격에 기본기를 갖춘 고연비 디젤 세단을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강릉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4-03-21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