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빚내서 강남 이주… 이자·교육비만 400만원

[하우스 푸어] 빚내서 강남 이주… 이자·교육비만 400만원

입력 2010-08-03 00:00
수정 2010-08-0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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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따라 이사했다가

“학군을 따라 무작정 옮겼다가 수렁을 코앞에 두고 간신히 벗어났지요.”

공기업 차장인 이모(47)씨는 지난해 연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조금만 더 판단이 늦었다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외아들 교육 문제로 서울 강북에서 강남의 개포주공6단지로 이사한 지 8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집을 팔고 세입자의 길을 택했다. 그는 “요즘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2억 5000만원의 빚을 내 2001년 주공6단지 소형아파트를 3억 1000만원에 구입했다. 매월 이자비용만 150만~2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잠시 교환학생으로 외국 유학을 다녀온 고3아들의 교육비가 매월 200만원 넘게 지출됐다. 마이너스 지출이 계속되자 전업주부인 아내도 비정규직 점원으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재건축 단지 인근 명문학교 많아

이씨는 지난해 말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인근 1~4단지가 재건축단지로 지정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대박’이 날 것처럼 보였지만 과감하게 이를 포기했다. 고3인 아들이 내년이면 대학생이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그는 이렇게 집을 판 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남은 1억원에 돈을 더 보태 인근 연립주택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덕분에 가끔씩 즐기는 주말 외식의 여유로움도 되찾았다. 연립주택은 낡은 주공아파트보다 훨씬 깨끗한 편이다. 이씨는 학군과 재건축이 결합돼 양산된 ‘하우스 푸어’의 전형이었다. 자녀의 8학군 진학을 위해 강남을 찾은 뒤 다시 살던 집이 재건축 대상으로 거론되며 자의적 ‘생활고’에 빠진 사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우스 푸어는 교육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 관계에 있다. 강남 재건축단지 대부분은 일대 명문 학군에 인접했고, 교육 문제는 가계의 마이너스 재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50대 가구주가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이자로 매월 150만원 안팎을 지출한다면 중·고생 자녀의 교육비도 150만~200만원 가량 나간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전입 학생수 상위 3개 고교도 모두 강남 재건축단지 인근에 있었다. 중동고(전입학생수 66명), 휘문고(65명)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서초구는 반포지역 재개발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입생이 늘었다.

●마이너스지출 늘자 결국 집 팔아

올 상반기 서울 재건축아파트 가운데 H건설의 반포동 재건축아파트는 반포중, 세화여중·고, 서울고 등과 인접하고, L건설의 방배동 2-6구역 재건축아파트 인근에는 서문여고, 동덕여고, 서울고 등이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0-08-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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