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땋아 묶은 머리 모양을 가리키던 총각/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땋아 묶은 머리 모양을 가리키던 총각/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6-11-09 22:40
수정 2016-11-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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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7일은 입동. 겨울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리는 절기다. 이렇게 특정한 시기를 알리는 절기는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리는 표지가 되기 때문이다. 입동 역시 그러하다. 이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기 시작한다. 주로 배추김치를 많이 하고, 곁들여 총각김치도 담근다.

한데 배추김치의 ‘배추’에서는 채소를 바로 연상하게 되지만, 총각김치의 ‘총각’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 곧 떠꺼머리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 찜찜하다. 그런가 하면서도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의심이 생긴다.

의심대로 총각김치의 ‘총각’은 떠꺼머리총각이 아니다. ‘총각’의 본래 의미는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는 일’이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올려 묶었다. 이 머리를 가리킨 말이 ‘총각’이 됐다. 그러다 사람을 뜻하는 말로 변해 갔다.

무청은 무의 줄기와 잎을 가리키는데, 무에 무청이 붙어 있는 형태는 뿔처럼 묶은 머리 모양과 비슷해 보인다. 총각김치는 이 머리 모양의 ‘총각’과 합쳐진 말이다. 총각김치에서 ‘총각’이 ‘사람’으로 연상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럴 땐 옛날 머리 모양을 연상하자.

이 ‘총각’은 ‘총각김치’ 외에 ‘총각깍두기’, ‘총각미역’ 같은 말도 낳았다. ‘총각깍두기’는 무청째로 담근 깍두기이고, ‘총각미역’은 귀가 쫑긋하게 솟은 미역을 가리킨다. ‘총각머리’도 있는데, ‘땋아서 늘인 남자의 머리’를 뜻한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11-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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