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텔레비전과 TV, 그리고 티브이/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텔레비전과 TV, 그리고 티브이/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6-14 21:30
수정 2017-06-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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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1937년 영국에서 첫 텔레비전 방송이 전파를 탄다. 20년쯤 뒤인 1956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다. 텔레비전에는 마치 사람이 들어 있는 듯했다.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진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네모 상자는 ‘멀리’(tele) 전파로 보내진 영상과 소리를 다시 ‘나타내는’(vision) 기계일 뿐이었다.

그 기계는 이름도 똑같이 ‘텔레비전’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형태를 낳았다. 테레비존, 테레비, 텔레비존, 텔레비, TV, 티브이. 이 가운데 ‘테레비’는 일상에서 쉽게 선택을 받는다. ‘텔레비전’의 일본식 발음인 ‘테레비존’의 준말인데, 곳곳에서 익숙하게 느낀다. 그렇더라도 ‘테레비’가 문자로 쓰이는 일은 드물다.

문자로 쓰일 때는 단연 ‘TV’가 우세하다. ‘텔레비전’도 좀 보이지만 ‘TV’보다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TV’는 그대로 말로도 이어져 [티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영어가 아니라 이미 한국어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표기는 거의 ‘TV’로 한다. ‘TV’로 적어야 더 ‘텔레비전’ 같아 보인다.

언론 매체의 영향이 있다. 더 안쪽에는 자본이 있다. 상업 자본은 ‘티브이’가 아니라 주로 ‘TV’라는 이름으로 ‘텔레비전’을 내놓는다. ‘TV’보다 ‘티브이’를 많이 유통시켰다면 ‘티브이’가 더 ‘텔레비전’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 영어와 영어를 적는 문자의 힘이 크다.
2017-06-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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