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한 남편이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친구는 외국인이었다. 남편은 자기 부인을 어떻게 가리킬지 고민스러웠다. ‘아내’, ‘집사람’, ‘마누라’…? 모두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고민 끝에 ‘와이프’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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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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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외국인 친구는 편지를 읽다가 ‘와이프’에서 멈췄다.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흔히 듣던 말이 아니었다. 낯선 듯했지만 새로웠다. 한국 젊은이들이 생활에서 뭔가를 발견해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남편은 곤란한 점이 있어서 영어를 빌렸다고 했다. 지금이면 ‘와이프’를 ‘영어’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영어였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는 캠페인이 계속됐고, 캠페인 참여자들은 ‘와이프’ 대신 ‘아내’를 응원했다. 그렇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대중이 바라는 욕구와 의식을 이전의 말들은 받쳐 주지 못했다.
뜻이 바랬다지만, ‘아내’는 본래 ‘안에 있는 사람’을 뜻했다. ‘집사람’은 드러난 의미대로여서 낡았고 적절치 않았다. ‘처’는 지나간 시절의 말 같고 갑갑함을 주었다. ‘마누라’는 애초 뜻은 고상했으나, 막된 말이 돼 버렸다. 일부러 쓰는 상황을 빼고는 어려웠다. 이전의 쓰임새와 다른 말이 필요했다. ‘와이프’가 ‘아내’와 ‘처’ 같은 말들이 주는 곤란함들을 덜어 줬다.
호칭의 발견은 소통의 가치를 높이는 발걸음이다. 지금도 도처에서 새로운 호칭을 요구한다.
wlee@seoul.co.kr
2018-01-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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