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말과 슬기2/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말과 슬기2/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11-14 23:10
수정 2018-11-15 01: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말을 제대로 알면 머리가 슬기로워진다’는 책은 한지로 만들었고, 다섯 권밖에 찍지 못했다. ‘모질다’와 ‘어질다’를 더 소개한다.
이미지 확대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모’는 앞이 뾰족한(∧)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이 한 곳으로 모아질 때 생긴다. ‘모으다’도 한 뿌리에서 나왔다. ‘모질다’의 ‘질다’는 옛말이 ‘딜다’인데, 지금의 ‘지르다’와 같다. 그러니 ‘모질다’는 ‘모’를 앞세우며 앞으로 내지르는 마음이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뾰족한 마음을 앞세운 것과 같은 모양새다. ‘산’의 순우리말은 ‘뫼’였는데, 이 ‘뫼’ 역시 ‘모으다’와 연결된다. 산에는 온갖 것이 모인다.

‘어질다’의 ‘어’는 ‘모’가 뒤집힌(∨) 형태다. 마치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어질다’는 마음을 활짝 열고 나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닫힌 마음이 아니라 열린 마음이다. 이러한 ‘어’는 ‘어슷썰기’, ‘어음’, ‘에다’라는 말에 흔적이 있다.

‘선악’(善惡)과 다른 빛깔을 지니고 ‘어질다’와 ‘모질다’가 삶을 돕는다. 가치 있는 것을 말에 잘 담아 두는 것도 값어치 있어 보인다.

wlee@seoul.co.kr
2018-11-15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