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충분히 생각하고

[고전으로 여는 아침] 충분히 생각하고

입력 2016-03-03 18:08
수정 2016-03-03 18: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섣불리 생각지 말자. 섣불리 생각하면 틀리기 쉬우니.
너무 깊이 생각지 말자. 너무 깊이 생각하면 괜한 의심 많아지니.

사지물거 거즉다위(思之勿遽 遽則多違)
사지물심 심즉다의(思之勿深 深則多疑)
이규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사잠’(思箴) 편

이규보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경솔히 행동한 것을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허겁지겁 일을 하고 나서는 생각하지 않은 걸 후회하곤 한다. 생각하고 일을 처리했더라면 어찌 화(禍)가 따를 리 있겠는가. 나는 불쑥 말을 던지고는 한 번 더 생각지 않은 걸 후회하곤 한다. 생각하고 말했더라면 어찌 욕을 볼 일이 있겠는가. 섣불리 생각지 말자. 섣불리 생각하면 틀리기 쉬우니. 너무 깊이 생각지 말자. 너무 깊이 생각하면 괜한 의심 많아지니. 잘 헤아려서 절충하여 세 번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으리.

‘논어’에는 공자께서 계문자(季文子)가 세 번 생각한 후에 행하였다는 말을 듣고 두 번이면 된다고 했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사사로운 뜻이 일어나 현혹될까 걱정해서 한 말이라 합니다.

두 번이면 된다고 한 공자의 말씀이나 세 번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이규보의 생각이나 그 취지는 다 같은 것이리라 여겨집니다. 이치를 잘 따져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과,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괜히 이런저런 의심을 하는 것 모두를 경계한 것이겠지요.

■이규보(李奎報·1168∼1241)

고려의 문신·재상.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만년에는 시·거문고·술을 좋아하여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불렸다. 젊은 시절에는 시문을 즐겨 당대 문인들의 모임인 강좌칠현(江左七賢)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장년 이후에는 정계의 중심에 섰고 무신 정권 시대에 문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상에 이르렀다.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고전산책’ 코너에서는 다른 고전 명구나 산문, 한시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16-03-0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