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입력 2017-10-13 17:52
수정 2017-10-13 18: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유란 ‘추억이 뒤죽박죽 되었네’, 91×116.8㎝, 캔버스에 오일
김유란 ‘추억이 뒤죽박죽 되었네’, 91×116.8㎝, 캔버스에 오일 이화여대 예술대학 및 일반대학원 서양화 전공, 갤러리 도스 개인전, 제주아트페어 등 그룹전.
보헤미안 광장에서/김상미

갑자기 내리는 비
그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우산들

그러나 우산은 지붕이 아니다
아내 있는 남자가 남편 있는 여자가
몰래 잠깐 피우는 바람 같은 것이다

갑자기 내린 비가 멎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러니 사랑을 하려거든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려거든
한 지붕 아래에서 하라

갑자기 내린 비는 금방 지나가고
젖은 우산에 묻은 빗방울들은
우산을 접는 순간 다 말라버린다

마른 하늘에 비라더니! 간혹 가을 날씨의 청명함이 무색하게 후두둑 비가 뿌린다. 거리 여기저기에 우산들이 펼쳐진다. 연인들은 한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 시인은 느닷없이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우산은 지붕이 아니라고, 우산은 유부남?유부녀들이 “몰래 피우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쉽게 펼치고 접는 우산 아래서의 사랑은 지나가는 사랑, 짧은 장난 같은 사랑이다. 우산에서 불륜으로 비약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하라. 이것이 우리가 되새겨야 할 시인의 고언(苦言)이다!

장석주 시인
2017-10-1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0월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할까요?
오는 10월 개천절(3일)과 추석(6일), 한글날(9일)이 있는 기간에 10일(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시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고 황금연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1.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
2.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필요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