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남과 여/심현희 · 사랑/김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남과 여/심현희 · 사랑/김중

입력 2018-10-25 17:28
수정 2018-10-25 17: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남과 여 / 심현희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미대·대학원 졸업
남과 여 / 심현희
남과 여 / 심현희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미대·대학원 졸업
사랑 / 김중

곱추 여자가 빗자루 몽둥이를 바싹 쥐고

절름발이 남편의 못 쓰는 다리를 후리고 있다

나가 뒈져, 이 씨앙놈의 새끼야

이런 비엉-신이 육갑 떨구 자빠졌네

만취한 그 남자

흙 묻은 목발을 들어 여자의 휜 등을 친다

부부는 서로를 오래 때리다

무너져 서럽게도 운다

아침에 그 여자 들쳐 업고 약수 뜨러 가고

저녁이면 가늘고 짧은 다리 수고했다 주물러도

돌아서 미어지며 눈물이 번지는 인생

붉은 눈을 서로 피하며

멍을 핥아줄 저 상처들을

목발로 몽둥이로 후려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말이 쉽지 사랑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힌두교의 경전 베다는 이렇게 말한다.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할 때 그리하여 두 몸이 하나가 될 때 그 짧은 순간 인간은 잠시 신이 된다.”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상대방에게 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헌신과 희생과 마음의 순결함으로 보를 쌓은 이 시간을 사랑이라 부른다. 빗자루 몽둥이를 후리는 곱추 여자를 둘러업고 약수터로 가는 절름발이 남편. 한 푼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 사랑. 당신, 혹 사랑 때문에 마음 아픈 적 있는가? 빗자루 몽둥이를 휘두른 아내를 업고 약수터로 가는 한 사내를 생각하자.

곽재구 시인
2018-10-2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