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다 5/정지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다 5/정지용

입력 2018-12-13 17:22
수정 2018-12-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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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  / 이종구
간월암 / 이종구 캔버스에 아크릴릭, 41×27㎝
민중화가. 중앙대 미대 교수.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바다 5 / 정지용

바둑돌은

내 손아귀에 만져지는 것이

퍽은 좋은가 보아

그러나 나는

푸른 바다 한복판에 던졌지

바둑돌은

바다로 거꾸로 떨어지는 것이

퍽은 신기한가 보아

당신도 이제는

나를 그만만 만지시고

귀를 들어 팽개치십시오

나라는 나도

바다로 거꾸로 떨어지는 것이

퍽은 시원해요

바둑돌의 마음과

이 내 심사는

아아무도 모르지라요

내 인생 기억 중의 하나는 이창호 국수와 바둑을 둔 것이다. 그가 고1일 때 인터뷰를 하러 강남터미널 앞 자택을 찾아갔다. 학교 생활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그의 답은 ‘소풍’이었다. 바둑 공부 때문에 단 한 번의 소풍을 갈 수 없었고, 세계 정상의 수준에 오른 그에게 소풍은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6점을 놓고 기념 대국을 두었다. 종국을 하고 보니 1집 패였다. 딱 1집만 이기게끔 운영을 하다니. 이 청년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날 것인지 궁금했다. 시인들의 시인. 지용이 바둑을 두었다고 생각하니 반갑다. 꽃 피는 어느 봄날 바둑판 들고 그를 찾아가리라.

곽재구 시인
2018-12-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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