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완전한 뜰/김유정 · 아리랑 도계/박잎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완전한 뜰/김유정 · 아리랑 도계/박잎

입력 2022-05-26 20:28
수정 2022-05-2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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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뜰/김유정
완전한 뜰/김유정 60.5×120.5㎝, 프레스코, 석회 벽에 스크래치, 2022
프레스코화를 중심으로 식물의 힘, 생명과 문명의 관계를 성찰적으로 바라본다. 6월 12일까지 서울 송파구 KS갤러리.

아리랑 도계/박잎

시커먼 분진으로

뒤덮인 도계역

하늘은 무섭게 푸르르고

철로 변을 걷다 보면

저만치 걸어오는 장의사 집

겨울밤

나는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께

시린 이야기를 들었다네

산 사람 팔을 자를 수 있어?

그때 갱도가 무너질 때

내가 병갑이 팔을 잘랐으면

살 수 있었어

툭 투둑, 갱이 무너지고

난 차마 도끼를 들지 못했지

유언이 뭐였는지 알아?

마누라 재혼해서 잘 살라고

장성병원 영안실에서

네 살짜리 어린 아들은

제 엄마 소맷자락을 꼬며

웃고 있었어

진눈깨비 내리는 밤

아리랑 고개가

떠나간다

슬픔을 위로하는 법은 시가 지닌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인생은 슬픔을 위로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하나의 슬픔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불행을 극복해 나가는 동안 생은 민들레꽃 핀 들판과 호수를 만나게 되겠지요. 긴 꼬리를 단 열차가 무지개 핀 초원을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쏟아 놓는 아픈 이야기는 삶의 회한입니다. 다시 같은 일을 당해도 할아버지는 도끼를 들지 못하겠지요. 진눈깨비 날리는 생의 한 순간순간을 되새김하면서 삶은, 우리네 시는 작은 불빛 하나 간직하지 않겠는지요.

곽재구 시인
2022-05-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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