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화살과 노래/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화살과 노래/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입력 2021-11-02 17:32
수정 2021-11-0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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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중앙탑 2010. 그 노래는 친구의 가슴속에 박혀 있었다.
충주 중앙탑 2010. 그 노래는 친구의 가슴속에 박혀 있었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경기에서 한국 양궁이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민족의 옛 호칭인 동이(東夷)에서 ‘이’(夷) 자의 파자(破字)가 ‘큰 대’(大)와 ‘활 궁’(弓)임이 말해 주듯 한국인은 고대부터 활 잘 쏘는 백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국에서 활이 처음 등장한 건 고구려 건국 즈음이다. 건국 시조 고주몽(동명성왕)은 어려서부터 신궁(神弓)으로 유명했다. 일곱 살 때 활로 파리를 쏘아 잡았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은 유리명왕도 신궁이었다.

아낙네의 물동이에 구멍을 냈다가 진흙 탄환을 쏘아 다시 구멍을 막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조총이 득세했어도 활의 군사적 가치는 줄지 않았다. 특히 해전에서 조준 사거리가 왜군의 조총보다 훨씬 길어서 불화살 등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었다.

활에서 유래한 단어가 꽤 많다. ‘효시’(嚆矢)는 ‘우는 살’이란 뜻이다. 살촉 대신 청동이나 뿔로 만든 명적(鳴鏑), 곧 소리통을 달았다. 거기에 뚫린 구멍이 공기의 저항을 받아 소리를 내기 때문에 신호용으로 쓰였다. 사냥이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용도라 효시는 ‘시작’ 또는 ‘맨 처음’의 뜻이 됐다.

궁중이나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활쏘기 행사를 할 때는 ‘솔포’라는 베로 만든 과녁을 사용했다. 솔포 중앙에 사각형 베를 붙인 것이 ‘정’(正), 베 대신 가죽을 붙인 게 ‘곡’(鵠)이다. ‘정곡’이란 과녁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여기서 ‘정곡을 찌른다’는 말이 생겼다. 긴장(緊張)은 활을 쏘기 위해 활시위를 맨다는 뜻에서, 해이(解弛)는 활시위를 푼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국 시인 롱펠로(1807~1882)는 ‘화살과 노래’라는 시를 썼다. “나는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화살은 땅에 떨어져 찾을 수 없었다./재빨리 날아가는 화살의 그 자취/뉘라서 그 빠른 것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나는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노래는 땅에 떨어져 찾을 수 없었다./그 누가 날카롭고 강한 눈이 있어/날아가는 그 노래를 따를 것인가.//세월이 흐른 후 참나무 밑동에/그 화살은 원래 모습대로 꽂혀 있었고/그 노래는 처음부터 마지막 구절까지/친구의 가슴속에 박혀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 누가 한국 사회를 반듯하게 발전시킨 지도자로 국민의 가슴속에 남을까.
2021-1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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