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균보다 33배나 높은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사설] 평균보다 33배나 높은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입력 2016-09-11 20:44
수정 2016-09-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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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의 병역면제 비율이 평균보다 3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율 또한 일반인의 15배였다. 고위공직자라면 누구보다 병역의무에 앞장서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다. 그런데 자신은 물론 자녀들까지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가는 군대에 가지 않고 있다니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육군 장성 출신의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병역의무가 있는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 5000여명 가운데 병역 면제자가 2500여명(9.9%)이나 됐다. 올해 상반기 치러진 징병검사에서 전체 병역면제 비율이 0.3%인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33배나 많은 수의 고위공직자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탈’이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병역의무가 있는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1만 7600명 중 병역면제자는 785명(4.4%)에 이른다. 평균 병역면제율의 15배에 가까운 수치다. ‘흙수저’ 청년들이 2년 동안 군복무로 고생하는 동안 ‘금수저’ 청년들은 부모의 사다리를 타고 편안하게 위로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들의 면제 사유가 십자인대파열 등 무릎관절의 인대 손상을 가리키는 불안전성 대관절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병역 회피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무청이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질병이라니 병역 기피 의혹을 살 만하다.

6·25 전쟁 당시 미8군 총사령관이던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 지미 중위는 미군의 해외 복무 규정상 참전할 수 없는데도 탄원서까지 써 가며 참전했다가 실종됐다.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월턴 워커 장군의 외아들 샘 대위 역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맥아더 장군이 아버지의 유해를 모시고 미국행을 지시했지만 거부했다. 부대원들을 두고 혼자만 떠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닌가. 요즘 정치권에서 모병제 논란이 한창이다. 지금도 사회지도층 가족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병역의무를 저버리는데 행여나 모병제가 도입된다면 대놓고 군을 기피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남북 대치의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만은 지위나 계층에 관계없이 짊어져야 할 헌법의 가치로 남아야 한다.



2016-09-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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