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녹즙 아줌마/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녹즙 아줌마/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8-03 00:00
수정 2011-08-03 0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주중 아침이면 사무실에 빠지지 않고 들르는 사람이 있다. 녹즙 배달 아줌마다. 2년쯤 됐다. 음료를 건넬 때는 한마디씩 한다. 술 냄새가 진동하면 ‘왜 먹느냐.’고 핀잔을 준다. 받아만 놓고 먹지 않을 때는 ‘돈이 아깝다.’고 말한다. 가끔 간과 심혈관에 좋다며 다른 음료를 권하기도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몇달 전 자신의 고3 아들을 위해 신문 구독을 하면서부터는 대화가 한 토막 늘었다. 신문 기사 얘기다. ‘오늘 아침 기사가 좋았다.’, ‘누구 이름이 많이 보이더라.’ ‘이런 기사는 너무 재미없더라.’는 등등. 신문기사 모니터 같다.

새벽에 출근할 텐데 언제 저런 걸 다 알고 있을까.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에서 비롯된 듯하다. 배달원은 고객한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고, 구독자는 신문에 대해 평가도 하고 지적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성스러운 배달원이자 적극적인 구독자다. 배달이 끝나면 호두과자를 구워 판단다. 정말 프로의식이 대단한 것 같다. 배울 점이 많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8-0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