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발산역 할아버지(2)/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발산역 할아버지(2)/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4-22 00:00
수정 2014-04-23 20: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0여일 전에 쓴 ‘발산역 할아버지’ 글의 당사자인 할아버지에게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역사의 구석 계단에 홀로 앉은 할아버지 앞에 최근 며칠간 천원권과 동전이 하나둘 놓이고 있다. 이전엔 못 보던 광경이다. 지나는 이들이 글의 당사자가 할아버지임을 알게 됐을까. 퇴근길에 짐을 챙기는 할아버지에게 관심을 보였건만 본체만체 묵묵부답이다. “귀가 어두우신가”해서 말을 더 붙이지는 못했다. 혹여 굳게 닫은 할아버지의 속마음마저 흔들어 놓을까 조심스러웠다.

할아버지의 글에 “마음 아프게 읽었다”는 독자들의 메일이 많았고, 기부 사이트를 소개한 이도 있었다. 지인들로부턴 “글이 너무 감성팔이를 했다”느니 “용돈을 듬뿍 드렸어야지” 등의 타박도 들었다. “세상이 만만하게 보일 아침나절 말고, 저녁쯤에 다시 읽어 보라”는 말로 떠넘겼다. 남을 돕는 데 ‘있는 사람’이 더 인색하다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 앞에 놓인 푼돈이 역사를 오가는 인근 전문대 학생들의 작은 관심이라 짐작한다. 이 ‘작은 관심’이 할아버지의 말문을 열고 아랫목 따듯한 보금자리도 찾아야 하겠다. 동전의 힘을 기대해 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4-2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