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매일 한국어로 일기 쓴다”

반기문 총장 “매일 한국어로 일기 쓴다”

입력 2012-09-27 00:00
수정 2012-09-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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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휴대전화 켜놓고 이코노미석 탑승도...반 총장 대담집 출간

“매일 한국어로 일기를 쓰고 휴대전화는 24시간 언제든지 받는다. 하루에 연설을 10차례 할 때도 있다”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매일 한국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반 총장은 2002년 외무부 장관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일기를 썼으며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서도 빠트리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곧 출간되는 ‘반기문과 대화 :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유엔’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다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손으로 쓰는 대신 녹음기를 사용해 구술 일기를 쓴다고 소개했다. 녹음한 내용은 비서에게 정리하도록 하는데 반 총장의 최측근 인사들도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톰 플레이트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교수가 반 총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쓴 대담집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을 지낸 플레이트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존 메이저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오부치 게이조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두루 인터뷰한 국제정치 전문 저널리스트다.

반기문 총장과 대담집은 그가 2010년부터 내놓고 있는 ‘아시아의 거인’이라는 연작 대담집 4탄이다.

1탄은 리콴유 전 총리, 2탄은 마하티르 전 총리, 3탄은 지난해 펴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와 대담집이다.

플레이트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반 총장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지지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면서 “좀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들이 두 번이나 만장일치로 총장으로 밀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보여준다”고 연작 대담집 4탄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책에서 반 총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바쁜 일상과 세계 최고 지도자답지 않은 소탈한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반 총장은 “나는 하루 24시간 언제든 전화를 받는다”고 소개해 저자를 놀라게 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시차에 구애받지 않고 편한 시간에 전화하게끔 새벽 2시든, 새벽 4시든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누군가가 용건이 있어서 내 방문을 두드렸다고 치자. 방안에 앉아 있으면서 노크 소리를 무시하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루에 5개 회의를 주재하고 10차례 연설을 마다하지 않는 등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반 총장은 세계 어디든 재난과 어려움을 겪는 곳이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달려가다 보니 여객기 이코노미 좌석을 탄 적도 있다고 했다.

플레이트 교수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은 전용기가 없으니 상용 여객기를 이용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비행기를 타려면 이코노미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회원국의 회비로 살림을 꾸리는 처지에 전용기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돈 많은 회원국 정상이 종종 전용기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늘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반 총장은 덧붙였다.

반 총장은 지진, 홍수, 기아, 전쟁 등 현장에 즉각 달려가는 이유에 대해 “유엔은 재난을 당한 세계 각국 국민을 위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파키스탄에 홍수가 났을 때 반 총장은 토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주말을 현장에서 보낸 뒤 월요일에 정상 출근했다.

저자 플레이트 교수는 취임 초기에는 서구 주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반 총장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고 회원국 전체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은 이렇게 부지런하고 겸허한 성품이 큰 몫을 했다고 진단했다.

전임자들에 비해 국제적 명성이 뒤처진 반 총장이 취임했을 때 유엔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지닌 반 총장의 리더십이 이런 위기를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반 총장을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규정한 플레이트 교수는 “매우 따뜻하고 사려 깊은 인물이고 자기 앞에 닥친 일을 절대 미루는 법이 없다”면서 “이는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한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평가했다.

책에서 반 총장은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과 엇박자를 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한국 고위 외교관으로서 겪은 고충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2001년 외무부 차관 시절 백악관에서 열렸던 김대중-조지 W 부시 간 한미정상 회담을 반 총장은 ‘재앙’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막 정권을 잡은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모조리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을 때였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급하게 부시 행정부에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속하라고 압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반 총장은 회고했다.

당시 정상회담이 대실패로 끝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무부의 대표적인 미국통인 반 차관에게 엄청 화를 냈고 차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반 총장은 그때 직업 외교관으로서 생명이 끝날 뻔했다면서 한승수 당시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을 맡으면서 의장 비서실장으로 데려간 덕에 살아났다면서 결국 노무현 정부 때 장관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 관계가 얼마나 나빴는지 부시 행정부를 장악한 네오콘에 포위당해 힘겨워했던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반 총장이 장관이 되자 “이제 말이 좀 통하겠다”며 반가워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부시 행정부와 갈등이 심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지만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솔직한 품성을 가진 분이고 마음속에 뭔가를 감춰놓질 못했다”면서 “자살 소식에 그분답다고 생각했다”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기문과 대화 :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유엔’을 펴내는 마셜 캐번디시 출판사는 11월1일 뉴욕에서 반 총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출판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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