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하자니 주변국 아우성…대응하려니 신냉전 우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때문에 미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중국의 행보를 방관하자니 동맹국들과 멀어질 것 같고 공세적으로 나서자니 신냉전 시대가 열릴 것 같다는 게 요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들 앞에서 중국의 기세를 막아낼 지역의 균형자를 자임했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제도)를 기점으로 그런 구도를 흔들고 있다.
인공섬을 만들어 활주로, 등대를 건설하고 이동식 대포까지 배치해 주변국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역동적 시장을 보유해 세계를 양분할 수 있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행위는 너무 위험하다는 게 중론이다.
WSJ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 아시아 국가들이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과거 냉전의 두려움을 곱씹을 것으로 내다봤다.
딜레마에 빠진 미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SJ는 시 주석이 영유권 분쟁 지역에 매립 영토를 증축하는 작업을 중국 굴기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인공섬이 과거 100년 동안 이어진 제국주의 굴욕 속에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할 의지의 상징물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결국 중국에 자제하라고 촉구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시어 미국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는 “남중국해 문제를 풀어낼 뚜렷한 묘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내에서도 중국의 공세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국방부 내에 통일된 견해가 없다”며 “중국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모두 똑같지만 그런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중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타협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비군사적 영향력 증강을 용인하고 그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중립적 완충지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국 상원위원 등 의회의 매파들은 화를 부를 우려가 있지만 종국에는 군사 개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WSJ는 중국이 건설하는 남중국해의 인공섬 시설이 군사적 효용이 크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시설은 한국부터 호주까지 미국이 쳐놓은 동맹 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노력이 담긴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