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족 “내 DNA 활용해 찾아라”…일본 정부 모호한 태도”한국 정부, 유골문제 일본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일본 정부가 전사자 유골에 대한 DNA 감정 등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일제 강점기에 징병 돼 사망한 한국인의 유골을 찾는 길도 열릴지 주목된다.9일 일본 후생노동성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각국에 흩어진 전사자 유골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돌려주려고 현재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되는 DNA 감정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일단 발견된 유골 가운데 가능한 모든 개체에서 DNA를 채취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예정이다.
또 유골 근처에서 유품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일대에서 활동한 부대의 기록 등에서 전사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면 그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이들로부터 DNA를 제공받아 신원 판정을 시도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기존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신원을 알 수 있는 유품이 유골 근처에서 발견돼야 DNA를 감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이번에 기준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골 발굴 과정에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군무원)의 유골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국인 유족들은 DNA 활용 확대가 혈육의 유골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일본 후생노동성 공무원을 면담하고 희망하는 모든 한국인 유족의 유전자를 채취해 이를 유골 신원 판정에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후생노동성 측은 이런 요청에 응할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으나, 한국인 전사자의 유족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와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가즈로(吉田和郞) 일본 후생노동성 원호국 사업과 사업추진실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출신자가 옛 일본군 또는 군속으로 전투에 참가해 전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인 유골에)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일본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의 의견을 묻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유족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 등은 일본 정부가 한국인 전사자 유골 문제에 관해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골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거의 없으므로 결국 DNA 감정을 해야 한국인 전사자인지를 알 수 있는 만큼 ‘한국인의 유골이 나오면 DNA 감정 등의 문제를 한국 정부와 의논하겠다’는 식의 설명은 선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관련 단체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적극적으로 유골 문제를 논의해 DNA 데이터베이스화에 한국인 유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계 하쿠 신쿤(白眞勳) 일본 민주당 의원은 10일 도쿄에서 예정된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의 합동총회 때 유골 문제에 관한 논의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국 정부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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