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자 석방’ 섣불리 예고한 트럼프…“리얼리티쇼 하나” 비판론

‘억류자 석방’ 섣불리 예고한 트럼프…“리얼리티쇼 하나” 비판론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5-08 09:51
수정 2018-05-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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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계속 지연…“北에 잘못된 신호·억류자 신변도 위험…성사 전까지 자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으로 기대를 모았던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석방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미 외교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다.

예민한 외교사안을 마치 TV 리얼리티쇼처럼 장난치듯 흘리고 있는데 대한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석방이 성사되기 전 미리 자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신변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문제는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로부터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없었다”며 “계속 주목하라!(Stay tuned!)”라고 써 이들 미국인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튿날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들 3명이 “오늘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틀 후에는 “나도 신문보고 안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미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의 이 같은 ‘리얼리티쇼’ 접근법에 대한 전문가의 우려와 정부 내 반응을 소개했다.

미국인 억류자를 둘러싼 북미 간 협상 과정을 잘 안다는 한 관계자는 몇 달간의 협상 결과 실제 이들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내부에서는 이들이 노동교화소에서 평양 외곽의 호텔로 옮겨졌다는 보도의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특히 정부 내 일부 관계자들은 줄리아니 전 시장의 ‘섣부른’ 발언을 포함, 정부 공식 발표를 앞질러가는 여러 관측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줄리아니 전 시장의 폭스뉴스 인터뷰 이후 “이건 우리가 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미국인 석방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한일담당관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미국인 억류자 문제 협상은 극대로 민감한 일이라는 걸 안다”며 “대중의 기대를 키우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다. 협상이 깨질 경우 우리가 잃을 게 더 많다는 신호를 상대편에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런 협상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게 최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언행을 조심하고 외교관들이 자기 일을 하도록 두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미국인의 석방을 원하긴 하지만, 동시에 외부에 나가는 메시지를 비롯해 석방의 세부적인 계획까지 통제하길 원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해 방북,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억류자가 실제 석방되기 전까지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해선 안 된다”며 “어떤 전망이라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 억류자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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