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간판 내려달라”...베트남 일식당 주인 설득한 용산구 공무원

“욱일기 간판 내려달라”...베트남 일식당 주인 설득한 용산구 공무원

임효진 기자
입력 2020-09-23 10:31
수정 2020-09-23 10: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베트남 퀴논 일식당 간판에 있던 철거 욱일기 문양(왼쪽)과 철거 후 모습(오른쪽). 사진=서울 용산구 제공
베트남 퀴논 일식당 간판에 있던 철거 욱일기 문양(왼쪽)과 철거 후 모습(오른쪽). 사진=서울 용산구 제공
베트남 퀴논시의 한 일식당에 걸린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을 본 우리나라 구청 공무원이 식당 주인을 설득해 간판을 내리게 했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은 지난 1일 베트남 중부 빈딘성 퀴논(꾸이년)시에서 새로 문을 연 일식집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윤 소장은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식당 매니저는 “외부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했으며 (본인은) 디자인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윤 소장은 인테리어 업자와도 통화했으나 해당 업자는 “우리는 인터넷으로 일본풍 디자인을 찾다가 눈에 띄는 걸 보고 작업을 했을 뿐”이라며 교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는 욱일기 문양을 금하는 법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윤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판 사진을 올리며 문제를 공론화했고, 이를 계기로 해당 식당에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다음날 그는 식당을 다시 찾아 주인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주인이 “베트남 예법상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며 “당신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식당 이미지가 나빠졌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소장은 “게시글을 지우고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을 바꿔달라”며 주인을 재차 설득했고, 식당 주인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사흘 뒤 설치된 새 간판에는 문제의 욱광(旭光)이 사라졌고, 45도 각도 사선이 배치됐다.

윤 소장은 바뀐 간판을 찍어 다시 페이스북에 올리고 “(주인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며 “퀴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간판 교체 후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 소장에게 인사를 전했다”며 “처음에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윤성배 소장은 퀴논시 현지에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와 퀴논시(시장 응오 황 남) 사이의 국제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