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행정명령 승인… 年 4000~7만명 혜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국가에서 불법으로 미국으로 넘어오는 어린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했고,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에 난민처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NYT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불법으로 넘어온 어린이는 6만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15~17세로, 70% 이상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에서 입국했다. NYT는 “미국에 사는 부모나 친인척을 만나러 멕시코를 건너온 어린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보도했다. 숀 터너 백악관 대변인은 “위험하게 밀입국을 시도하는 대신 합법적이고 안전한 절차를 대안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 개혁과 관련한 행정조치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유예하고 일부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에 공화당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행정명령은 당분간 유예된 이민개혁법안의 대안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난민 프로그램이 오히려 밀입국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이민성향의 이민연구센터 소장 마크 크리코리안은 “해당 국가에서 난민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연간 4000~7만명 정도가 난민 지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법에 따르면 난민 지위는 ‘모국에서 종교, 인종, 국적, 정치적 견해, 사회적 계급을 이유로 박해를 피해 도망친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어린이들이 성폭력, 살인 등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사회적 계급’ 항목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연령대나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1990년대 아이티와 베트남에도 유사한 난민처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4-10-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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