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받는 식당 직원 최저임금 인상 배제… 캘리포니아 주 의회 법안 상정 공론화
미국 내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과도한 팁(Tip) 문화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임금 인상 논쟁에 끼어든 형국이다.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최근 팁을 받는 음식점 직원에 대한 최저임금을 일반 근로자와 차등을 두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팁을 포함한 시간당 임금이 15달러(1만 6230원) 이상이라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최저임금 추가 인상 조치에서 배제하자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현행 9달러에서 내년에 10달러로 오른다.
미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팁 부담이 지난 몇 년 새 급증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10년 전만 해도 점심 식사비의 10% 정도를 테이블 위에 놓거나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1~2달러를 팁으로 놓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팁 액수는 음식값의 15~75% 수준으로 올랐다. 과거처럼 10%를 팁으로 남긴다면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소액 상품에도 팁이 적용돼 4달러짜리 커피를 마시고 3달러를 팁으로 보태기도 한다.
전자결제가 확산돼 팁도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가 오면서 팁을 주는 게 고객의 의무처럼 되는 분위기도 있다. 예컨대 터치스크린 결제 방식을 도입한 음식점은 고객에게 15%, 30%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준 뒤 팁 액수를 누르게 한다. 팁을 안 주겠다는 ‘노 팁’(0%) 버튼도 있지만 종업원이 보는 앞이라 누르기 민망한 상황이 조성된다. 뉴욕에서는 택시비를 치를 때조차 20~35% 중 골라 택시요금에 팁을 더해 내야 한다.
미국 연방법은 한때 팁을 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팁이 없는 노동자 최저임금의 50~99% 사이로 책정하는 차등화 규정을 뒀다가 1996년 폐지했다. 최근에는 팁을 사절하는 정책을 펴는 식당도 생겼다.
그러나 식당 종업원과 같은 특정 직업에 대한 임금 보전과 동기부여 효과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다 오래된 관행이란 이유로 미국의 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5-04-21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