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다른州 유권자끼리 ‘투표권 맞교환’… 경합주 승패 막판 변수로

[2016 미국의 선택] 다른州 유권자끼리 ‘투표권 맞교환’… 경합주 승패 막판 변수로

김규환 기자
입력 2016-11-08 23:12
수정 2016-11-0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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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지역서 1만2000건 ‘투표거래’

앨 고어 50만표 더 얻고도 부시에 패배
한표라도 더 얻는 州 ‘승자독식’ 영향
제3당 지지자들 ‘死票’ 대신 거래 선택
오하이오·미시간 등서 뒤집힐 가능성

표심 어디로
표심 어디로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가 8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주요 경합지역으로 분류된 오하이주 켄트의 한 초등학교에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오하이오는 4년 전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 대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켄트 EPA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거래’(vote trading)가 성행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7일(현지시간) 투표거래 온라인 거래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며 미국에서 유권자 간 투표거래가 부쩍 활발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추세가 접전 양상인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접전을 벌인 2000년 대선 때 처음 등장한 투표거래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주에 사는 유권자가 표를 맞바꾸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의 과반(538명 가운데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선에 맞춰 개설된 투표거래 플랫폼인 ‘#네버트럼프’(#NeverTrump)와 ‘트럼프트레이더스’(TrumpTraders.org)에서는 6일까지 5만여건의 투표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주요 경합 주에서만 1만 2000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대다수 주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갖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전통적인 텃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에서는 대선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경합주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하이오와 아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지 확대
경합주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제3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사표(死票)가 부담스럽다.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는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막고자 표를 맞교환한다는 얘기다. 초접전의 경합주에서는 불과 몇천표 차이가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

고어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보다 50만표나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수에서 뒤져 패했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의 투표 결과를 둘러싼 분쟁으로 고어는 이곳에서 537표 차로 부시에게 무릎을 꿇었다.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에서 비롯된 셈이다.

문제는 투표거래가 당사자 간 약속에 불과해 실현 여부를 장담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투표거래가 불법이라는 지적에 아밋 쿠마르 ‘#네버트럼프’ 설립자는 경품이나 금품을 전제로 한 게 아니면 문제없다는 판례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6-11-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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