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충돌 우려 고조…軍쿠데타설 나돌아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가 12일까지 새 총리 임명을 요구하고 친(親)정부 시위대가 이에 내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두 진영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반정부 시위대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10일 상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최고행정법원에 12일까지 새 총리가 임명될 수 있도록 논의하라고 촉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정부 시위대가 독자 행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권력남용으로 해임된 뒤 내각이 지명한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대행은 정부를 이끌 권한과 지위가 없다며 상원과 사법부가 새 총리 임명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친정부 진영인 이른바 ‘레드셔츠’ 시위대는 선거를 실시하지 않은 채 총리를 임명하거나 새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정부 진영에 의해 새 총리가 임명되면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반 정부 시위대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7일 헌법재판소가 잉락 전 총리에 대해 권력남용으로 해임 결정을 내린 지 3일만에 나왔다.
반정부 시위대는 총리 청사, 5개 공중파 방송국 등을 일부 점거하거나 봉쇄하고 니와툼롱 과도총리 대행이 이끄는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총리 청사 구내 진입을 우려해 시위대가 구내에 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청사 내 일부 건물을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수텝 전 부총리 등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는 총리 청사 내 행사장으로 쓰이는 산티 마이트리 건물을 시위 지휘소와 기자회견장으로 사용키로 했다.
시위대는 또 방송국들에 자신들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도록 강제해 언론 자유 침해 비난을 받았다.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 등 레드셔츠 시위대 수천명은 같은 날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시위 장소와 멀리 떨어진 방콕 서쪽 외곽에서 잉락 전 총리의 해임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짜뚜폰 쁘롬판 UDD 회장은 “비민주적이고 헌법에 위배되는 새 총리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군부 실권자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양측의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 위기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데타는 정치 갈등을 끝낼 수 없고 많은 비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갈등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반 정부 진영 사이에 폭력 충돌 우려가 커지자 군 쿠데타 설이 나돌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군이 나서 시위로 인한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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