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백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호주 브리즈번 동쪽 캠프힐의 한 도로 위에서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하얀색 SUV 차량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됐는데 럭비 선수 출신 로완 백스터(42), 그의 아내 한나(31),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 세 자녀들이 타고 있었다. 언론들은 백스터가 휘발유를 차에 끼얹은 다음 불을 붙이고 자신은 흉기로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내 한나가 자동차에서 뛰쳐나오며 “그가 내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어요”라고 외쳤다는 목격담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마크 톰프슨 경사는 “가족 살해 후 극단을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비극적인 사고인지 지금 당장 결론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지금까지 목격한 여러 현장 가운데 “끔찍한 최악”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오전 8시 30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더니 부부의 세 자녀 라이아나, 아알리야, 트레이가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자동차 근처에서 발견된 백스터를 소생시키려 했으나 끝내 사망이 선고됐다. 아내 한나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후송된 병원에서 결국 절명했다. 경찰은 한나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백스터는 조수 석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자동차 안에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려다 얼굴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퀸즐랜드 앰뷸런스 대변인이 밝혔다.
부부는 2년 전부터 별거 중이었으며 양육권 다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백스터는 뉴질랜드 워리어스 럭비리그 오클랜드 팀에 몸 담았고, 아내와 함께 브리즈번 동쪽의 카팔라바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나는 4년 연속 퀸즐랜드를 대표한 트램폴링 챔피언 출신으로 “열의 넘치고 열정적인 세 아이의 엄마”라고 체육관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호주 브리즈번 경찰이 19일(현지시간) 불에 탄 차량 주위에 출입 금지 테이프를 두르고 있다. 럭비 선수 출신 로완 백스터가 아내와 세 자녀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 휘발유를 끼얹어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리즈번 EPA 연합뉴스
호주에서는 최근 가정폭력으로 인한 유명인들의 살해극이 빈번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화이트 리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명의 여성이 전 남편이나 현 남편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일부 매체가 백스터를 살인자로 명백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아르와 마흐다위는 트위터에 “로완 백스터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불을 질렀다. 그런데도 매체들의 제목은 이를 알 수 없게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관들은 캠프 힐에 있는 백스터 가족의 집을 수색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 비극적인 시간을 지내는 가족과 공동체, 현장에 달려가 이 살 떨리는 현장과 마주한 응급요원들과 마음을 함께 한다”고 위로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