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 주민 등 민간인 시신 410구… 삶의 터전이 거대한 무덤 됐다

부차 주민 등 민간인 시신 410구… 삶의 터전이 거대한 무덤 됐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4-05 01:12
수정 2022-04-05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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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집단학살 곳곳서 확인

검은 비닐에 쌓인 시신 널부러져
등 뒤로 양손 묶여 ‘처형’ 정황도
교회 마당엔 가족 찾는 곡소리만
현장 살펴본 젤렌스키 “집단학살”
바이든, 푸틴 전범재판 회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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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조끼 입고 부차 달려간 젤렌스키
방탄조끼 입고 부차 달려간 젤렌스키 방탄조끼를 입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군에 한 달 넘게 점령됐다가 최근 수복된 부차에서 총상을 입은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되면서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의혹이 불거졌다.
부차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물러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주변은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전시장이 됐다. 3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37㎞ 떨어진 소도시 부차에 들어간 AFP 통신과 CNN 등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고 전했다.

마을 중심가 교회 마당에서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3.7m 길이, 1m 남짓한 깊이의 얕은 참호에는 검은 비닐에 싸인 시신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주민들은 최소 150명의 민간인이 이 거대한 집단 무덤에 매장됐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차, 이르핀, 호스토멜 등 키이우 주변 소도시에서 약 41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말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차 주민들은 “러시아군은 보이는 사람을 모조리 쐈다”고 주장했다. 양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이 수십 구 발견돼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처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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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으로도 뚜렷한 시신 구덩이
위성사진으로도 뚜렷한 시신 구덩이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부차의 성 앤드루 교회 부지. 금색 돔 지붕의 교회 건물 위쪽에 13.7m 길이의 구덩이(흰색 점선 원)가 파인 모습이 위성사진으로도 선명히 보인다.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차 학살’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4일 오전 부차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천 명이 죽고 고문당하고 여성들은 강간당하고 아이들이 죽었다”며 “이것은 전쟁 범죄이며 국제사회가 집단학살로 인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전범행위 조사를 위한 정부합동 특별사법기구 창설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하르키우(하리코프) 인근 마을 말라야 로한에서 러시아 군인이 가족과 함께 학교에 숨은 여성을 흉기로 공격한 후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키이우 동쪽 외곽에서 남편, 아들과 살던 나탈리야(33·가명)는 지난달 28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성폭행한 러시아 군인들의 만행을 폭로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현지 여성단체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부차를 점령하는 동안 단 한 명의 민간인도 다치지 않았다”며 시신 영상과 사진들이 “연출된 가짜”라고 주장했다. 크렘린궁도 집단학살이라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2022-04-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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