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베폭주 경계하지만 전략상 일본 절실…상황 미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할지 여부는 미국의 압력 여하에 달렸다고 전직 일본 외교관이 분석했다.외무성 중국과장 출신 아사이 모토후미(淺井基文) 전 히로시마평화연구소 소장은 2일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라야마담화 계승·발전 모임(이하 모임) 기자회견에서 “아베담화의 최대 포인트는 미국”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모임의 공동대표인 아사이 전 소장은 “미국도 아베 정권의 폭주에 큰 경계심을 갖고 있지만 지금 미국으로선 일본이 없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전략을 짤 수 없을 만큼 일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아베 담화에서도 최종적으로는 미국이 (일본 정부에) 뭔가 말을 할 것인지 여부”라며 “매우 미묘한 상황으로, 아베 총리도 (미국의 태도를) 지켜봐 가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전직 외교관인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 전 레바논 주재 대사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村山) 담화(전후 50년 담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담화를 낼 공산이 크다고 전제한 뒤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인데, 아베 담화가 그것을 회피하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그런 담화가 나오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비난이 오가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아베 총리가 담화를 내기 전에 일중 쌍방의 최고위급에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가마쿠라 다카오(鎌倉孝夫)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 등 무라야마담화 계승·발전 모임 관계자 11명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을 방문, 중국 인사들과 아베담화와 관련한 위기의식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들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 학계인사 등과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국가로서의 행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이 수행할 역할 등을 전후 70년 담화에 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무라야마담화 등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표현을 써와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과거 담화의 핵심 표현이 아베 담화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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