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PLO 수반 이례적 성명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수반이 “홀로코스트는 근대 이후 인류를 상대로 자행된 가장 악랄한 범죄”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최근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의 통합 계획에 반발해 평화협상을 취소한 이스라엘의 심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아바스 수반은 평소 홀로코스트를 부정해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1983년 희생자 숫자에 의혹을 제기하고 유대 민족주의자들이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끌어들이기 위해 협력했다는 내용의 박사논문을 내기도 했다. 이스라엘 안팎에서 비난이 일자 그는 2011년 “홀로코스트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당시 희생자가 600만명에 달한다는 이스라엘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논문의 입장을 철회했다.
아바스의 이례적인 성명은 29일 시한이 만료되는 미국 중재 평화협상의 결렬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23일 아바스가 당수로 있는 PLO의 정당 파타와 하마스가 7년간의 분열을 끝내고 5주 안에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하자, 이스라엘은 당일 예정돼 있던 협상 일정을 취소하고 다음 날 평화협상 자체를 중단했다. 따라서 이번 성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평화협상 기간 연장을 바란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성명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응답을 거절했다.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조사 센터의 관계자 야드 바솀은 “성명이 아랍어로도 발표됐느냐”면서 “그렇다고 해도 두 언어의 성명서 내용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NYT의 취재 결과 성명은 아랍어로도 발표됐고 내용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NYT는 이번 성명이 홀로코스트 추모일 바로 전날, 그것도 교착된 평화협상 시한 만료에 다다른 시점에서 발표됐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4-04-2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