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화조도…8세기 신라 유물 발견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화조도…8세기 신라 유물 발견

김태이 기자
입력 2022-06-16 09:52
수정 2022-06-16 15: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종이처럼 얇게 편 금박에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정도 되는 매우 가느다란 선을 무수히 그어 새 두 마리와 꽃들을 표현한 정교하고 섬세한 신라 유물이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나왔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이 불가능해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문양을 살필 수 있는 이 유물은 현대 장인도 쉽게 제작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양에는 서역과 교류 흔적이 있어 금속공예는 물론 회화사와 문화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6년 11월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각각 발견한 금박 유물 2점이 본래 새와 꽃 그림인 ‘화조도’(花鳥圖)를 새긴 동일한 개체의 8세기 신라 장식물임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유물들은 발견 당시 원래 형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겨진 상태였다.

금박 유물은 가로 3.6㎝, 세로 1.17㎝, 두께 0.04㎜다. 순도 99.99%의 순금 0.3g이 사용됐다. 그림을 그린 선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인 0.08㎜보다 얇은 0.05㎜ 이하로 조사됐다.

사다리꼴 단면에 좌우 대칭으로 새 두 마리를 배치했고, 중앙부와 새 주변에는 단화(團華) 문양을 철필(鐵筆·끝부분이 철로 된 펜) 같은 도구로 빼곡하게 새겼다. 단화는 꽃을 위에서 본 듯한 문양을 뜻한다.

조각 기법과 문양을 바탕으로 유물을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으로 명명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문양에서 서역 문화가 신라화한 양상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금박 유물의 정확한 용도는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문양을 새길 때 목재 받침에 고정한 뒤 작업했고, 어딘가에 매달기 위한 구멍이 없는 점으로 미뤄 나무나 금속 기물에 부착했던 장식물로 추정됐다.

신라 금박 유물은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열리는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연구소 누리집에 접속하면 온라인으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