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나 리니우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리니우는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아람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 협주곡’,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밤의 기도’는 지난 3월 리니우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고국의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작곡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을 활용한 곡으로 2000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이 협연한다. ‘교향곡 제2번’은 정밀함과 감수성을 겸비한 리니우의 무대로 관심을 끈다.
이번에 선택한 곡이 모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음악가라는 점이 흥미롭다. 리니우는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흐마니노프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면서 “인류 안에 있는 신적인 것을 발현시켜 구원받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르킨의 작품에 대해서는 “제가 같이 작업해 이번에 유럽 작곡가상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음악을 한국에 처음 소개해서 영광”이라고 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전쟁 발발 이후엔 우크라이나에 못 가봤다는 리니우는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없다”면서 “버스나 기차로 30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그를 만나러 독일이나 체코에 오고, 그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연습도 외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리니우는 지난해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역사상 최초로 259년 역사의 볼로냐 시립 극장 음악총감독에 오르고 2021년에는 독일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에서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하며 축제 14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이름을 남기는 등 지휘계 여풍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인기가 남달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이스라엘, 스웨덴 등 앞으로 조만간 가야 할 나라도 수두룩하다.
바쁜 활동 중에도 그가 놓지 않고 잊지 않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세상에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예술가의 책무에 대해 강조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14살인 새 단원이 왔는데 뭐가 좋으냐 했더니 안전한 곳에 있어서 좋다고 했어요. 이 친구가 키이우에서 왔는데 방공호에 숨어있거나 공습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친구들 만나고 지원받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세계에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게 해요.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힘과 정신적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