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이야기/위베르 리브스 지음 열림원 펴냄
우주를 찍은 사진을 종종 본다. 100억 광년은 족히 떨어진 별에서 출발한 빛과 불과 수천만 년 전에 출발한 빛이 한 장의 이미지에 담겨 있다. 그렇다면 그 이미지는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가. 프랑스의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스가 지은 ‘은하수 이야기’(성귀수 옮김, 열림원 펴냄)에 따르면 은하수는 끊임없이 인접한 은하수와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더 큰 별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100억 광년 전에 빛을 보낸 별은 이미 사라졌고, 우리가 보는 건 실재하지 않는 별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우주가 무한한, 혹은 무한에 가까운 크기로 시간을 농락하고 있는 셈이다.우주의 유·무한을 두고 고민하다 보면 가슴만 답답해진다.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그랬다는데 범부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이처럼 우주에 대해 범부들이 갖는 답답증을 다소나마 풀어 주려는 책이 ‘은하수 이야기’다. ‘은하수의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할아버지 천체물리학자가 라디오에서 방송한 칼럼들을 묶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중성미립자와 쿼크 등 극소 세계는 물론 블랙홀과 암흑 에너지, 우주 탄생 때 발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초의 빛’의 잔해(우주 화석) 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우주의 다양한 구성 요소와 탄생의 비밀을 66장으로 나눠 전하고 있다.
책은 우주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물음, 예컨대 크기의 유·무한 등에 대해서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각의 방향을 달리하라고 권한다. 무작정 들이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 인간의 머리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부터 차근차근 짚어 나가자는 뜻이겠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미래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우주 역사의 문을 여는 열쇠는 빛이다. 빛의 속도를 계산하면 우주의 역사가 보인다. 책에 따르면 우주는 137억년 전에 ‘탄생’했다. 각각의 은하수와 지구 사이의 거리, 그리고 은하수가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 등을 측정해 계산했다. 여기서 노학자에게 “그럼 137억년 전의 우주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나요”라고 묻지는 말자. 온갖 추정과 철학적 사유가 있을 뿐 계산을 통해 구체화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미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책은 두 가지 유력한 가설에 주목하고 있다. 무한정 차가워진 우주공간이 비어 가되 완전히 비지는 않는 ‘빅 칠’(Big Chill·거대한 냉각) 이론과 은하수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빅뱅 순간의 초고온 상태로 회귀하는 ‘빅 크런치’(Big Crunch·거대한 수축) 이론이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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