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가장 밝은 동진이의 눈

어둠속에서 가장 밝은 동진이의 눈

입력 2013-05-18 00:00
수정 2013-05-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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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배우는 아이/고정욱 지음·BF북스 펴냄

초등학생 동진이는 앞이 자꾸 안 보인다. 어느 날부터 밤눈이 어두워지더니 낮에도 넘어지기 일쑤다.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은 동진이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불행하게도 아드님은 시력을 점점 상실해 가는 중입니다.”

고정욱(53) 작가의 새 동화 ‘점자 배우는 아이’(BF북스 펴냄)는 중도 시각장애 아동을 그린 작품이다. 멀쩡했던 시력을 잃어가는 만큼 동진이와 가족은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겹다. 작가는 맹학교 교사의 입을 빌려 장애를 인정하는 과정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에 비유한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부정과 분노, 협상, 좌절,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내가 절대로 죽을 리 없어’, ‘왜 내가 죽어야 해?’, ‘나를 살려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구나’, ‘나는 결국 죽어야 하는구나’.

동진이는 점자를 익히면서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각만큼 현실도 나날이 어두워진다. 아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운명을 원망한다. 부모가 다투는 날은 늘어나고, 동진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무력감이 찾아온다.

친구들은 점자책을 읽는 동진이를 두고 “손 끝에도 눈이 달렸냐”고 놀린다. 급기야 아빠는 힘들다며 집을 나가 버린다. 동진이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용서를 빈다. “아빠, 돌아오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돌아오세요.”

중도 장애인 가정에 대한 작품의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여기에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이 된 작가의 직·간접적 체험이 녹아 있다. 작가가 장애를 이겨내고 쓴 첫번째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고통을 이겨 내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꿈과 희망을 이루어 가는지 어린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진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맹학교로 전학가기 전 동진이는 오랜 시간 연습해 온 오케스트라와 함께 학예회 무대에 선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는데 학교 전체에 전기가 끊어진다. 갑작스러운 정전에 모두가 술렁이는 사이, 강당에는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둠 속에서 가장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은 어둠을 이겨낸 동진이다. 9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5-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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