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김윤식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출간
문학평론가 김윤식(77)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을 펴냈다. 계간지 ‘문학과 문학’에 발표했던 글 22편 가운데 5편을 골라 실었다.
김윤식 문학평론가
‘너희가 세계문학을 아느냐’는 ‘창작과 비평’의 외침에 김현은 ‘너희가 한국문학을 아느냐’고 맞받아쳤다. 김윤식은 “세계문학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의 수준은 백낙청이 당대 어느 지식인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한국문학에 대한 인식은 초라했고, 김현은 이런 약점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김현은 1970년 ‘문학과 지성’으로 맞섰고 이런 쟁탈전으로 한국 문학사는 비로소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김 교수는 또 라이벌이었던 김현에 대한 ‘때늦은 변명’과 ‘찬사’를 동시에 늘어놓는다. 그는 김현이 집중적으로 비판의 화살을 쏜 과녁이 자신이었다고 시인한다. 김현은 그의 글쓰기를 가리켜 “그의 늘리기는 수수께끼의 놀라움이 없기 때문에 진부하고 지겹다”고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던 김 교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김현의 비판을 통해 비로소 속으로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던 나의 참모습을 투명체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그는 김현의 열정적인 독서력에 탄복하며 “가히 문학대통령인 셈”이라고 추어올리는가 하면, 김현이 자신의 궤적을 집요하게 추적해 온 것은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서라벌예대 동급생인 라이벌 박상륭과 이문구는 스승인 김동리를 꼭짓점으로 하는 ‘샴쌍둥이’와도 같았다. 저자는 “서로 악종이라 부를 만큼 단짝이었던 두 수제자가 좀 더 악종이 되고자 전력을 기울였다. 그것은 스승 김동리를 초월하는 것이었다”고 짚어낸다. 박상륭은 ‘칠조어론’ 등을 통해 스승의 ‘자기 동네식 샤머니즘’을 ‘샤머니즘의 세계화’로, 이문구는 ‘관촌수필’을 통해 스승의 ‘지방성 샤머니즘’을 ‘지방성으로 더욱 특권화하기’로 나아갔다. 결국 스승을 배신하면서 스승을 빛낸 결과를 빚어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국문학자 양주동과 조윤제, 시인 김수영과 평론가 이어령 간의 라이벌 의식도 다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9-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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