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스카프에 빠진 미어캣, 그들에게 행복이란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스카프에 빠진 미어캣, 그들에게 행복이란

입력 2013-11-23 00:00
수정 2013-11-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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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스카프/임경섭 지음·그림/고래이야기/32쪽/1만 2000원

‘우리’들의 일상은 평화롭다. 전갈, 뱀, 쥐 등 매일 아침 배불리 먹을 먹이도 많고, 오후에는 볕을 쬐며 해가 지면 잠에 빠져든다. 아프리카 사막 미어캣들의 하루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떠났던 미어캣 한 마리가 목에 ‘붉은 무언가’를 두르고 나타난다.

“이건 스카프라고 해. 여기서 아주 먼 곳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사냥을 잘하는 미어캣들만이 이런 스카프를 두르고 있지. 이걸 두르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야.”

미어캣들은 묻고 따질 것도 없다. 먹이를 많이 가져오면 스카프를 주겠다는 말에 저마다 득달같이 사냥감에 달려든다. 스카프를 얻는 미어캣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스카프가 없는 미어캣들은 점점 불안해진다.

결국 모두가 붉은 태양빛 스카프를 두르게 되었을 때 일부 미어캣들이 갑자기 가을 하늘빛 스카프를 두르고 등장한다. 더 많은 먹이를 잡아야 하는 스카프다. 가을 하늘빛 스카프를 차지하는가 싶은 순간, 이번엔 달빛 스카프가 유행을 탄다. 그 뒤로도 빛깔과 이름만 바꾸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스카프들. 마침내 먹이는 바닥이 나고, 미어캣들은 굶주리다 못해 터전을 떠나고 만다.

쓸모없는 스카프만 잔뜩 버려진 땅에서 미어캣들의 삶은 다시 움틀 수 있을까.

왜 가져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 채 스카프에 탐닉하는 미어캣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남들이 사는 ‘명품’, ‘신상’이라면 무작정 소유하려는 욕망, 세상이 요구하는 성공의 조건을 충족시키려 영혼 없이 내달리는 세태를 비트는 묵직한 그림책이다. 같은 스카프를 매고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보는 미어캣들의 모습이 진정한 행복의 기준을 되묻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11-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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