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328쪽/1만 6000원

청와대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저자가 8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보고 듣고 배웠던 글쓰기 기법을 담은 책이다. 핵심 메시지를 전하는 법, 글의 기조를 잡는 법 등 두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글쓰기 비법들을 40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대통령의 글을 받아 적기 위해 화장실에서 기어 나온 사연 등 청와대 생활 이면의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두 대통령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겐 비망록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대통령은 수시로 수백, 수만 명에 이르는 청중을 상대로 연설을 한다. 이때 장황한 글, 긴 글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두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문구 하나하나를 직접 다듬어 줬다. 또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비유법을 주로 썼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하듯 가르쳤다. 또 자신의 뜻을 함축하는 단어와 문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저자는 철저히 ‘을’의 인식을 갖고 글을 쓰길 권한다. 여기서 ‘을’은 단순히 약자가 아니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상대방이 행간의 의미를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글이 되고 만다. 자신의 글을 이해시킬 책임은 쓰는 이에게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을의 입장이란 바로 이런 거다. 하물며 수천만명의 국민으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어 내야 하는 연설문은 더 말할 게 없다. 결국 자신의 메시지가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인지, 표현 방법이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한 것인지 끊임없이 의식할 때 비로소 글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