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전쟁’… 인간,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영역전쟁’… 인간,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입력 2014-06-14 00:00
수정 2014-06-1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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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360쪽/1만 5000원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 기업들이 자신들이 고안한 것만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이르는 말로, 사회 일반의 여러 현상들을 설명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속된 말로 ‘나와바리(새끼줄을 쳐서 경계한다는 뜻의 일본말) 전쟁’이라 부르는 현상인데, 동물세계의 ‘영역전쟁’을 연상하면 알기 쉽다. 이는 특히 관료 집단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기업에서 NIH 증후군이 나타날 경우 그 기업 하나의 손해로 끝나고 말지만, 공적 영역에서라면 매우 심대하고 악성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심각한 예가 세월호 참사다.

자기 영역에 있는 건 이 악물고 챙기면서 그 밖의 것에 대해선 다른 곳에 떠넘기려 하는 ‘나와바리 근성’은 세월호 초기 구조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들에게 삶을 안겨줄 수도 있었던 ‘11분’을 허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거시적 차원에서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도 따지고 보면 나와바리 근성이 핵심일 터. 그러니 수많은 나와바리가 할거(割據)하는 곳을 어찌 나라라고 할 수 있겠나. 동물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신의 분비물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이게 바로 새 책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가 ‘이게(대한민국이) 나라인가?’에 답하는 방식이다.

책은 지난해 12월 출간된 ‘감정독재: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의 속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50개의 질문을 던진 뒤 여러 학자들에 의해 논의된 이론과 유사 이론을 끌어들여 답변하는 형식으로 논지를 펴고 있다. ‘왜 장관들은 물러날 때쯤에서야 업무를 파악하게 되는가?’(암묵지) ‘왜 국민은 배곯아 죽고 공무원은 배 터져 죽는 사회란 말이 나오나?’(주인-대리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훑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06-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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