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든 일 당하면 가만히 멈춰 서 숨을 쉬세요

너무 힘든 일 당하면 가만히 멈춰 서 숨을 쉬세요

입력 2014-11-20 00:00
수정 201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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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소설집 ‘나의 빈 틈을 통과하는 것들’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 삶은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건이 터지면 퇴보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 곳곳에 세월호 유족들처럼 신음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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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작가
송은일 작가


작가 송은일(50)이 사람들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삶을 망치거나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상처의 속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등단 20년을 맞아 펴낸 새 소설집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북인)은 상처와 치유의 결정체다. 2009년 소설집 ‘남녀실종지사’ 이후 5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을 비롯해 ‘나비의 동굴’, ‘맹렬한 오후’, ‘파우스트와 나와 케이’, ‘혹’ 등 중·단편 8편이 실렸다. 삶에 치이고 병마에 시달리는 사내(나비의 동굴), 전망 없는 삶에서 빠져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옷가게 주인(맹렬한 오후),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 삶의 변두리에 내몰린 여자(혹)…. 상처 입은 영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작가는 “‘나비의 동굴’에 나오는 사내와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의 배꽃잎이 유독 짠한 인물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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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은 상처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빈틈’은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 허약한 지점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허방처럼 아찔한 틈을 갖고 있다. 그 틈을 통해 바깥에서 뭔가가 들어올 땐 더 큰 상처를 입는다. 틈으로 무엇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작품 속 남녀 주인공 ‘홍선용’과 ‘배꽃잎’은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서로 만났다. 트럭운전사 홍선용은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할 때, 통신회사 콜센터 여직원 배꽃잎은 막말과 음담패설에 시달리며 새로운 삶의 출구를 찾고자 할 때다. 홍선용은 연일 배꽃잎에게 전화해 육두문자를 쏟아낸다. 소설은 홍선용이 배꽃잎을 찾아가 서로 만나는 장면에서 끝난다. “한 개인의 상처가 상대방의 틈과 만나게 될 때 상대방을 소생 불가능할 정도로 쓰러뜨리는 상처의 치명성을 다뤘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 너무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것 같아 둘이 만나는 부분에서 싹둑 잘랐다.”

작가는 점집을 즐겨 찾는다. 미래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 위로를 받기 위해서다. 점집에서 받은 위안이 작품에 구현되고 독자들은 그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치유의 선순환이다. “너무 힘든 일을 당하면 헤쳐 나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우선 가만히 멈춰 서서 숨을 쉬어야 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1-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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