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영감은 日서 유입된 설화 아니다”

“혹부리영감은 日서 유입된 설화 아니다”

입력 2014-12-23 00:00
수정 2014-12-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동화작가 장정희, 기존 설 뒤집어…“방정환 첫 동화극 ‘조선’ 이름붙여 원형성 간직한 한국도깨비 설화”

방정환 연구자이자 동화 작가인 장정희(46) 박사가 ‘혹부리 영감은 일본에서 유입된 설화’라는 기존 설을 뒤집는 연구물을 내놨다. ‘한국 근대아동문학의 형상’(청동거울)이다.

이미지 확대
동화작가 장정희
동화작가 장정희
1923년 잡지 ‘어린이’ 창간호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극인 방정환의 ‘노래 주머니’는 혹부리 영감 설화를 각색해서 쓴 것이다. 방정환은 발표 당시 “조선 동화극”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의 의문은 여기서 비롯됐다. 혹부리 영감 설화가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입된 설화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동화극이 일본 설화극이라는 말일까.

저자는 일본 교과서에 실렸던 삽화가 우리나라 조선어 교과서인 ‘조선어독본’에 유입된 배경과 텍스트 비교, 혹부리 영감 설화가 수록된 교과서 및 아동문학 도서의 추적 분석, 한국과 일본의 혹부리 영감 설화의 원형적 차이 비교 등 3편의 논문을 통해 기존 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일본의 혹부리 영감 설화는 ‘담보’ 개념과 일본의 합리적 근대적 사고에 의해 정착된 이야기 유형이지만 한국의 혹부리 영감은 원형성을 간직한 도깨비 설화라고 주장했다.

기존 논의에서는 노래(한국)와 춤(일본)이라는 노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 설화의 차이에 주목한 반면 저자는 혹 팔기(한국)와 술 잔치(일본)에 착안해 인간과 도깨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주안점을 뒀다. 또 두 나라의 혹부리 영감 설화가 같은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혹 떼기와 혹 붙이기’라는 이원적 대립 구도에 있기 때문이며 이 같은 구도는 세계 각국에 유포된 모든 설화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한국 고유의 독자적 화소로 혹부리 영감 얘기를 발전시킨 것이며, 일본 이야기 유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지닌 이야기라는 게 결론이다. 저자는 “두 나라의 민족성이 다른데도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와 텍스트의 비교 분석 없이 혹부리 영감 설화를 일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배척하는 인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서에는 근대 아동문학가인 방정환·윤동주·백석·강승한에 대한 연구 논문도 수록돼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2-23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