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 책] 달나라로 떠난 아기 가슴에 영영 품은 엄마 코뿔소

[이주일의 어린이 책] 달나라로 떠난 아기 가슴에 영영 품은 엄마 코뿔소

김승훈 기자
입력 2015-05-08 23:32
수정 2015-05-0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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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삼킨 코뿔소/김세진 글·그림/키다리/40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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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처럼 멋지게 달리고 싶어!”

아기 코뿔소는 매일매일 즐거웠다. 쉭쉭,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어서 더 좋았다. 엄마 코뿔소도 아기 코뿔소가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아기 코뿔소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신이 나 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빗줄기가 거세졌다. 강물이 삽시간에 불어났다. 거친 물살은 무엇이든 삼킬 듯했다. 아기 코뿔소가 사라진 건 순식간이었다. “아가, 아가 어디 있니?” 엄마 코뿔소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나갈 수가 없었다. 강을 따라 내려갔다. 만나는 동물마다 우리 아이를 봤냐고 물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비는 어느새 그쳤고, 강물도 잔잔해졌다. 엄마 코뿔소는 물끄러미 강을 바라봤다. 그때 강물 위로 아기 코뿔소 모습이 비쳤다. “얘야, 어서 나오렴!” 목청껏 외쳐도 아기 코뿔소는 물속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엄마 코뿔소는 강으로 뛰어들었다. 아기 코뿔소가 사라졌다. 다시 강가로 나왔다. 강물이 잔잔해지자 아기 코뿔소의 모습이 나타났다. “얘야!” 목 놓아 외칠 뿐 더는 강으로 뛰어들 수 없었다. 아기 코뿔소가 영영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엄마 코뿔소는 알게 됐다. 물 위에 비친 건 아기 코뿔소가 아니라 달이라는 것을. 엄마 코뿔소는 왜 달을 삼켰을까.

작가는 몇 해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첫째 아이에게서 같은 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얼마 후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아이 엄마를 보게 됐다. 위로의 말 한마디조차 전할 수 없었다. 절절한 아픔을 공감하며 붓을 들었다. 그림 한 장 한 장에 슬픔, 분노, 그리움을 표현했다. 코뿔소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작가는 “자식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위안하는 작은 씻김굿과 같은 책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5-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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