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박사랑 지음/자음과 모음/272쪽/1만 3000원
30대에 접어든 아이돌 덕후 여자 셋자금·행동력 갖춰 ‘빠순질’ 하기 더 좋아
보고싶어 하는 덕질, 남 눈치볼 거 있나
작가도 수년째 ‘빠순이’로 살고 있다고

서울신문 DB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빠순이’들에게 ‘오빠’는 ‘오빠’다. 내 나이나 오빠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사진은 지난해 10월 해체 후 17년 만에 다시 뭉친 H.O.T.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를 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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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언니들은 나이 들어 무엇이 되었을까. 더러 이탈자도 생겨나겠지만 대부분은 ‘나이 든 빠순이(극렬 여성 팬)’가 된다. ‘본격 아이돌 소설’을 표방하는 ‘우주를 담아줘’는 아이돌 덕후인 삼십대 여자 셋, 디디와 과 제나의 사랑과 우정 얘기다. 고3 겨울, 같은 반이었으면 친해졌을지 알 수 없을 그들은 팬사이트에서 오로지 좋아하는 오빠들을 매개로 친해졌다. 디디는 좋아하던 멤버의 이니셜에서, ‘크리스티나’였던 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닥터 크리스티나 에서, 제나는 ‘언제나mvp’라는 닉네임에서 각각 따왔다.

그러던 어느 날, 디디는 인터넷 연예 기사를 훑다가 ‘일본 유명 아이돌, 이마무라 유야 중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다. 유야는 디디가 사랑했던 옛날 오빠, 구 아이돌이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세상을 떠난 유야에게는 자살 의혹이 인다. 급히 휴가계를 내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디디. 이런 그를 별말 없이 다독여주는 과 제나다. 사랑하는 아이돌을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디디의 결정이 새삼스럽지 않다.

박사랑 작가
2012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 “오직 즐겁기 위해 썼다”고 했는데, 종이 위를 신나게 내달리는 문장에서 그 말을 오롯이 실감할 수 있다. 작가는 소개말에 이렇게도 썼다. “7년간 소설가로, 2n년간 빠순이로 살아가는 중.”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6-07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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