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다른 ‘신라 왕족의 밥상’…복어·성게·고래 고기 즐겼다

클래스 다른 ‘신라 왕족의 밥상’…복어·성게·고래 고기 즐겼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09-07 14:17
수정 2020-09-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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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둘레돌에서 제사 음식 담은 항아리 발견
역사서에 없는 제사 풍습, 식생활 등 주목
국립중앙박물관, 서봉총 재발굴 보고서 발간
경주 서봉총 남분 둘레돌에서 발견된 큰 항아리. 동물 유체 7700여점이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주 서봉총 남분 둘레돌에서 발견된 큰 항아리. 동물 유체 7700여점이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복어와 성게, 고래 고기 등 신라 왕족의 호화로운 식생활을 유추할 수 있는 유물이 처음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주 서봉총 남쪽 무덤(남분) 둘레돌에서 발견한 큰 항아리 안의 뼈, 이빨 등 동물 유체 7700여점을 분석한 결과 돌고래, 성게류, 복어 등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이 항아리는 제사 음식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제사 음식의 종류 및 신라 왕족이 어떤 음식을 즐겼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관심을 끈다. 아울러 귀한 음식을 여러 개의 큰 항아리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 지내는 풍습 자체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기존 역사서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신라 왕족 무덤인 서봉총은 두 개의 봉분이 맞닿은 형태다. 일제 강점기인 1926년과 1929년에 각각 북쪽 무덤(북분)과 남분이 발굴됐다. 당시 스웨덴(瑞典)황태자가 조사에 참여하고, 봉황 장식 금관이 출토된 것을 기념해 서봉총(瑞鳳塚)으로 불렸다. 금관을 비롯해 다수의 황금 장신구와 부장품이 출토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컸지만, 일제는 발굴보고서를 간행하지 않았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2016~2017년 서봉총을 재발굴한 후 이번에 유적 보고서를 발간했다.
복어의 뼈, 이빨 등 유체. 국립중앙박물관
복어의 뼈, 이빨 등 유체. 국립중앙박물관
돌고래 동물 유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돌고래 동물 유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큰청홍따개비(1), 거북손(2), 보라성게(3).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큰청홍따개비(1), 거북손(2), 보라성게(3).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큰 항아리 안에서 나온 동물 유체는 조개류(1883점)와 물고기류(5700점)가 대다수지만 특이하게 바다포유류인 돌고래와 파충류인 남생이, 성게류가 확인됐다.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김대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신라 왕족들이 호화로운 식생활을 즐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조개는 산란기 때 독소가 있어 식용하지 않는 점, 청어와 방어의 회유시기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무덤이 만들어진 직후 제사가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서봉총 남분은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일제가 밝히지 못한 무덤의 규모와 구조를 정확하게 확인한 점도 이번 재발굴의 성과다. 일제는 북분의 지름을 36.3m로 판단했으나 재발굴 결과 46.7.m로 밝혀졌다. 또 서봉총의 무덤 구조인 돌무지덧널무넘의 돌무지는 금관총과 황남대총처럼 나무기둥으로 만든 비계 틀을 먼저 세우고 쌓아올렸음이 드러났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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