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호재” 판단, ‘민주 FTA 말바꾸기’에 총공세‘정권심판론’ 맞서 텃밭서 인적쇄신 요구 높아
새누리당이 4ㆍ11 총선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기치로 텃밭인 ‘강남벨트’를 사수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민주통합당이 정권교체 후 한미FTA 폐기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강남벨트에 밀집한 중도보수 유권자 상당수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관건은 누구를 내세울지다. 거세게 몰아치는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 바람을 텃밭 물갈이를 통해 잠재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ㆍ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인물로 진용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과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을 비교하면 강남3구(송파병 제외)에서의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은 서초갑의 경우 75.0%에서 61.9%로, 강남을의 경우 62.7%에서 57.4%로, 송파갑의 경우 61.6%에서 52.4%로 각각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예사롭지 않다.
일부 지역은 나쁜 경제상황과 ‘돈봉투’ 사건,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민심 흐름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남벨트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패하지는 않겠지만, 2위 후보와의 격차는 5%포인트까지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야당이 좋은 후보를 내세워 강남벨트의 외곽을 공격할 경우 자칫 당선이 위험한 지역구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강남벨트에서의 한미FTA 찬성 여론을 새누리당 지지세로 이어가는 동시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180도 바뀐 한미FTA에 대한 민주당 전ㆍ현직 지도부의 FTA 관련 입장변화를 공략하며 ‘반(反)민주당’ 여론을 확산할 방침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말바꾸기’ 등을 적극 거론하며 한미FTA 논란에 대해 총공세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남벨트’의 한 의원은 “한미FTA 논란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호재로, 사실상 첫 선거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서서히 수위를 높여가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정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새누리당의 정책쇄신안과 미래 비전을 적극 알림으로써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을 상쇄한다는 복안이다.
◇강남벨트서 ‘파격공천’ 이뤄지나 = 개혁성ㆍ전문성을 키워드로 한 인적쇄신이 뒷받침돼야 강남벨트의 승기를 굳힐 수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에 따라 강남벨트는 주요 물갈이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로서는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3구(6개 지역구)와 강동갑ㆍ을, 양천갑, 용산, 성남 분당갑ㆍ을 등 12곳이 강남벨트로 분류된다.
‘의원 공백지역’인 강남을, 강동갑, 양천갑, 성남 분당갑ㆍ을 등 5곳과 현역 의원이 재출마를 선언한 나머지 7곳에서 각각 다른 양상으로 공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의원 공백지역’ 5곳에서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강남을에는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허준영 전 경찰청장, 권문용ㆍ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등 7명이 도전장을 냈다. 비례대표 공천 배제지역이지만 여성 비례대표인 이정선 의원도 이곳에 공천을 신청했다.
여기에 한미FTA 논란이 가열되면서 FTA 협상을 주도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영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본부장이 공천 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의 강남을 출마로 이 곳이 한미FTA 논쟁의 한복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전 본부장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이다.
양천갑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김해진 전 특임장관과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안명옥 전 의원의 남편인 길정우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3파전 양상으로 공천경쟁이 시작됐다.
이들 3명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 일각에서는 길정우 전 논설위원이 공천 신청을 하는데 있어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이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강남벨트에 속한 한 의원은 “강남벨트의 공천이 당 인적쇄신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며 “현 정권에서 유명세를 탄 고위공직자보다 쇄신ㆍ개혁의 의지를 보여줄 유망주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갑ㆍ을은 서울로 향하는 ‘길목’이지만, 지난해 4ㆍ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파격 공천’을 통해 분당 탈환ㆍ사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는 강남갑, 서초갑ㆍ을, 송파갑ㆍ을, 강동을, 용산 등에서는 현역 교체 여부가 관건이다. 당내에는 ‘강남벨트 재공천’이 일종의 특혜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지역은 전략 공천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역의 한 의원은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보다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누구를 영입할지가 더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동을의 경우 윤석용 의원 외에도 배우자의 ‘멸치 제공’ 사건으로 강동갑 출마가 불가능해진 김충환 의원, 여성 비례대표인 정옥임 의원 등 현역 의원 3명이 맞붙어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용 의원은 ‘옥매트 횡령’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지역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정옥임 의원은 당내 ‘한미FTA 전도사’로서 강남벨트에서의 한미FTA 논쟁에 즉각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 각각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서초을 고승덕 의원의 재공천도 관심사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폭로한 당사자인 고 의원의 재공천 여부를 놓고 당내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충환 의원이 옆 지역구로 옮기면서 무주공산이 된 강동갑에는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대표 권한대행을 지낸 노철래 의원과 임동규 의원 등 2명의 비례대표 의원의 접전이 예상되며, 용산에서도 재선의 진영 의원에 여성 비례대표인 배은희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서초갑은 친박(친박근혜)계인 이혜훈 의원 외에 아무도 공천을 신청하지 않아 단수후보지역으로 남았으나 최고의 텃밭으로 꼽히는 이 지역에 3번 연속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연합뉴스